홀로 걷는 날들의 온기

56부

by 김대희

때론 이 모든 게 꿈이기를 바랬고


어느 날 갑자기, 감당 못 할 짐이 내 옆에 떨어졌다.

상실, 실패 같은 단어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속내가 다

드러나는 고통. 눈 앞의 현실이 너무 말이 안 돼서,

잠에서 깨어나면 모든 게 없던 일이 되기를 빌었다.

진심으로. 그건 도망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내

그릇이 너무 작아서 다 담아낼 수가 없었다.


하루종일 흐리멍텅한 날들 속에서 내 속내가 다 드러났다.

강한 척했지만 사실 난 너무 물렁했다.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럴 때마다

호흡을 멈추고 멍하게 있었다. 이 지독한 순간이 빨리

끝나기를, 꿈이기를 바랬다.

왜 나만 이런가 싶어 벽을 긁었다.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꿈이 아니었다. 아침에 잠에서 깨면 엿 같은

현실은 그대로였다.

이 현실이 나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갉아먹는 것

같았다.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이대로 무너지는건

너무 억울했다. 그 순간 정신이 들었다.

이 현실을 피해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대로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는 걸.

꿈이 아니니까 대충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래서 나는 이제 꿈을 꾸지 않는다.

이 지독한 아픔을 준 현실 덕분에 진짜 나를 만났으니까.

아팠던 만큼 무뎌졌고, 잃어버린 만큼 중요한 걸 알았다.

이 모든 순간들이 결국 나를 살아갈 수 있게 만든 재료가 되었다. 때론 이 모든 게 꿈이었길 바랬지만, 나는 이 현실을 나의 영역으로 인정하고, 마지막까지 삶을 완주한다.

작가의 이전글홀로 걷는 날들의 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