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여덟, 끝에서 죽음을 발견하다

프롤로그

by 김대희

(본 '마흔여덟. 끝에서 죽음을 발견하다' 에세이는 2026년 출간 예정인 김 대희 작가의 에세이 입니다.)


-프롤로그-

익숙하지 않은 부재를 마주하며


대학병원 연구소에서 보낸 15년 동안, 나의 일상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펼쳐졌다.

실험실의 차가운 데이터와 병동의 뜨거운 현실 사이를 오가며, 나는 수많은 생명의 신호가 시작되고, 또 멈추는 것을 목격했다. 연구원으로서 나는 객관적인 사실과 과학적인 데이터를 추구했지만, 현미경 너머, 그리고 응급실의 긴박한 순간들 속에서 나는 늘

데이터로 환원되지 않는 인간 존재의 신비와 마주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는 놀라울 정도로 죽음을 외면한다.

죽음은 병원이라는 격리된 공간 속에서 조용히 처리되고, 터부시되는 주제가 되었다.

우리는 삶을 영위하는 수많은 방법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만, 정작 모두에게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죽음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이러한 죽음의 부재는 우리 삶의 밀도를 옅게 만들고,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잊게 만든다. 이 책은 바로 그 침묵을 깨고, 익숙하지 않는 부재를 직시하라는 나의 작은 시도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들께 죽음에 대한 나의 경험과 사유를 공유하고자 한다.

딱딱한 의학용어나 과학적 사실을 나열하기보다, 연구원으로서의 나의 시선이 어떻게 삶과 죽음의 본질적인 질문으로 이어졌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낼 것이다. 또한, 작가가 살아오면서 육체적 고통으로 죽음 문턱까지 갔던 경험들 또한 독자들에게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바이탈 사인(Vital Sign)" 너머의 의식에 대한 물음과 같은 존재와 비존재의 틈에 대한 사유는 물론, 현실 속에서 죽음을 직시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나아가, 죽음의 사유가 어떻게 온전한 나로 살아가는 동력이 되는지, 그리고 영원한 안식에 대한 궁극적인 단상까지 이어진다. 과학자로서의 이성과 인간으로서의 감정 사이에서 내가 고군분투하며 찾아낸 사유의 조각들이다.


삶이라는 문법 속에서 우리는 안도하지만, 그 규칙이 깨질 수 있음을 인지할 때, 비로소 삶의 밀도는 높아진다. 이 책은 죽음에는 문법이 없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말함으로써, 삶의 문법을 더욱 소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며, 독자들이 스스로 죽음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들고 싶다.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외면하는 대신, 삶의 필연적인 끝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지금 여기'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깨달을 수 있다. 이 책이 여러분 각자의 삶을 성찰하고, 스스로의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찾는 여정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2026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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