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3
1부 Story 3
'나'라는 의식의 종말
대학병원 연구소에서 뇌종양 관련 연구를 진행할 때, 나의 주된 업무는 수많은 동물의 뇌 실험 영상과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었다.
실험동물의 뇌에 종양 세포를 이식하고, 그 변화를 추적하며 항암제의 효능을 검증하는 과정이었다. 연구원으로서 나는 냉철한 이성을 유지해야 했다. 수치와 그래프만이 나의 언어였고, 감정은 철저히 배제되어야 했다.
실험 과정 속에서 나는 쥐의 뇌가 서서히 종양에 잠식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특정 부위가 파괴되면서 동물의 행동 패턴이 달라졌고,
결국 모든 기능이 멈추는 것을 관찰했다.
데이터는 명확했다. 종양의 크기와 생존율은 반비례했고, 특정 약물은 종양의 성장을 억제했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한 의학적 사실의 범주 안에 들었다. 연구원으로서 이 데이터들은 논문과 특허를 위한 중요한 자료였지만, 나의 머릿속을 뒤흔드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 동물에게도 '나'라는 의식이 있을까? 그들의 행동 변화는 단순한 신경계의 오류였을까? 아니면 의식의 파편이 사라지는 과정이었을까?
의학적으로 의식은 뇌의 기능으로 정의되지만, 그 기능이 멈춘다면 '나'라는 존재가 완전히 소멸되는 것일까? 나는 수많은 뇌 실험 영상을 분석하며,
인간의 의식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우리의 기억, 감정, 생각, 이 모든 것은 결국 뇌라는 물리적인 기관의 작동 결과물이었다. 뇌 기능이 멈추는 순간, 그 모든 것이 영원히 사라지는 것일까?
내가 경험한 수많은 기억과 감정이 단지 화학반응의
결과물에 불과하다면, 나의 존재 의미는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들은 나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실험실의 차가운 데이터와 병동의 뜨거운 삶 사이에서 나는 나만의 답을 찾으려 애썼다. '나'라는 의식의 종말 앞에서 나는 무엇을 남기고,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이자, 남은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될 것이다.
나는 데이터를 보면서도, 데이터로 환원되지 않는 인간 존재의 신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육체의 소멸 너머에 과연 '나'라는 정체성의 끝이 있는 것일까? 연구원으로서 나는 '그렇다'라고 말해야 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내가 알지 못하는 복잡한 연결망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지라도, 그 결과물인 '의식'은 물리적인 종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믿고 싶었다.
실험이 거듭될수록, 나는 데이터가 말해주지 않는 것들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의식의 종말은 단지 생물학적인 끝이 아니라, 한 우주의 소멸과도 같았다.
그 우주가 남기는 파장, 즉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이나 기억들은 물리적인 죽음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었다.
남은 시간 동안 나는 나의 존재 의미를 어떻게 스스로 증명할 것인지, 내가 어떤 파장을 남길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