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의 가치

가부장제에 대하여

by 강유선

페미니즘이 부흥하기 시작하던 시기에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어째서 가부장 꼰대도, 대기업 CEO도 아닌 일반 여성들 스스로 가정주부의 가치를 이렇게 깎아내리는가.'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한 때 여성 커뮤니티에는 가정주부들을 마치 실패한 인생을 사는 사람인 것처럼 취급하는 문화가 있었다. 그들은 가정주부를 '남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실패한', '자기가 없는', '식모' 같은 워딩으로 표현했다.

이상한 것이, 페미니즘이라는 거는 '여성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운동'이 아니었던가? 페미니즘이 여성의 사회진출 진흥운동 같은 거였나? 여성의 권리라고 하면, 당연히 가정주부인 여성의 권리도 거기에 포함이 되어야 할 텐데, 이상하게도 많은 페미니스트들, 여성들은, '깨어있는 여성이라면 반드시 사회로 나와서 성공한 커리어우먼이 되어야 한다'는 식의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가정주부를 굉장히 폄훼하고 평가절하하는 일을 꽤나 심심치 않게 자주 볼 수 있었다.

물론, 페미니스트들이 말하는 여성해방이라는 것이 사회로부터 남성과 평등한(이라고 쓰고, 남성보다 더 많은 이라고 읽어야 할 거 같은) 경제권을 쟁취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정주부는 페미니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성상과 거리가 멀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가정주부의 위상을 여성들 스스로 너무나도 깎아내리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었다.

아니나 다를까, 요즘은 오히려 가정주부가 되고 싶어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아니지, 원래도 가정주부가 되고 싶은 여성들은 많았다. 페미니스트들과 그 문화에 눈치가 보여서 표현을 하지 못하던 여성들이 최근들어 부쩍 솔직한 자기 속내를 털어놓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나는 오히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주부가 뭐가 어때서 그러나. 한 가정을 책임지는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특히나 자취해 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돈버는 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집 안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쉴 만 한 곳으로 만드는 일은 사실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이 일은 그 동안 너무나 평가절하되어 왔다. 특히 육아까지 포함한다고 하면, 가정주부의 역할은 비단 가정을 책임지는 가정 수호자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미래세대를 육성하는 인구의 수호자 역할도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신가부장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신가부장제는, 예전의 그 독재적, 독선적, 권위주의적 가부장제에서 벗어나, 민주적, 소통적, 인권적 가부장제를 지향하는 것이다.

사실,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해서 그 동안 하도 페미니스트들이 왈가왈부를 많이 해대서 우리가 침묵하고 '흐린 눈' 하고 지내왔지만, 실상 여성성, 남성성은 존재한다는 게 그냥 정설 아닌가 싶다. 누가 봐도 여성스러운 것들이 있고 누가 봐도 남성스러운 것들이 있지 않은가. '여성스럽다', '남성스럽다'라는 말에 더 이상 불편함을 토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다 안다. '여성스럽다'는 말이 모든 여성이 반드시 그러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고, '남성스럽다'는 말이 모든 남성이 당연히 그러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을. 그저, 고전적이고 전형적인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은 엄연히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이 표현을 사용하고, 거기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소외감을 느낀다든지,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여성이 마음껏 자기의 여성성을 발휘하고, 남성이 마음껏 자기의 남성성을 즐기는 것이 남성, 여성 모두에게 더 큰 기쁨이고 행복이 된다고 생각한다. 여성성이 억눌린 여성이나 남성성이 억눌린 남성 만큼 초라하고 비참해 보이는 게 없다. 자기 성의 특성을 받아들이고 향유하는 것이 더 큰 행복감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성, 남성성에 대해 우리는 그 동안 너무 큰 제한을 걸어왔던 것이 아닌가 싶다. 여성에게 오히려 남성성을 강요하고, 남성에게는 반대로 여성성을 주입하려고 하였다. 이제는 솔직하게 받아들이자. 여성은 여성성이 있고, 남성은 남성성이 있다.

많은 여성들은 가정주부가 되고 싶어한다. 사실 남성들도 가정주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남성들 보다 여성들이 더 많이 가정주부가 되고 싶다는 고백을 한다. 그리고 경험상 99%의 확률로 여성들은 남성이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 자기를 이끌어 주고, 자신이 기댈 수 있는, 존경 할 수 있는 리더를 원한다. 여성들 중에 '이 작고 귀여운 남자를 내가 한 번 먹여 살려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막 책임감이 뿜뿜해서 데이트 상대를 고르는 경우를 적어도 내 경험 상으로는 본 적이 없다. 여성은 자기보다 뛰어난 경제력이 있는 남성을 원하고, 남성은 여성의 경제력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 여성은 자기를 모든 면에서 압도하는 남성을 만나서 자발적으로 우러나오는 존경심을 가지고 그에게 지배받기를 원한다 라고 하면 또 좀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팔로윙? 팔로우십?을 갖기를 원한다. 반면 남성은 무거운 책임감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지만, 동시에 책임감을 느끼는 그 자체에 대해서 오히려 자부심도 함께 느끼게 된다. 이제 내가 이 사람을 책임져야겠다는 마음은 부담감과 동시에 뿌듯함을 준다.

이러한 여성성과 남성성이 DNA에 새겨져 있는 것인지, 문화에 의해 후천적으로 교육받은 것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여성성과 남성성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무시하고 역행하면서 우리는 출산율 0.74라는 경이로운(?) 세계최고 기록을 갱신하고 말았다.

솔직히 우리가 이 페미니즘 시대를 경험하면서 '가부장제가 옳았던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게 비단 나 혼자 만의 일이었을까 싶다. 나만 이 생각했나? 나만 쓰레기야? 농담이고, 가부장제가 독재적이고 독선적이라는 요소만 제거한다면 여성이 가정의 수호자가 되고 남성이 가정의 모험가가 되는 일은 남성과 여성의 특성을 순리대로 따르는 자연스러운 제도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나는 많이 했다.

우리는 결혼, 가정, 성(sex)이라는 것에 대해 너무 그 중요성을 무시하고 살았던 것 같다. 특히 이 sex라는 것은 인류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남사스럽다는 이유로 너무 쉬쉬하거나 혹은 중요도를 무시했다. sex는 결혼과 가정에 있어서 거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 창피한 sex라는 요소가 들어가기 때문에 때로는 결혼하고자 하는 욕구,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욕구, sex 하고자 하는 그 자체의 욕구를 우리 한국인들은 스스로 좀 평가절하 하거나, 무시하거나, 창피하게 생각했던 측면이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그러나, 막상 결혼을 하고자 할 때에는 평소에 쉬쉬하던 자기의 숨어있던 욕구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마구 뒤범벅이 되어서 정작 스스로 원하는 게 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채로 결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게 된다.

가부장제라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여성의 욕구와 남성의 욕구가 서로 딱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가부장제에는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과 남성이 자신의 욕구를 제대로 직면하지 못하고, 페미니즘이라는 압박, PC주의적 다양성이라는 압박, 그리고 독재적이고 독선적이었던 과거의 가부장제에 대한 트라우마 같은 것들 때문에 제대로 가부장제의 좋은 면들을 보지 못하고 그것들을 깡그리 무시한 채, 무조건적으로 가부장제를 타파하고자 했던 것은 아닌가 되돌아 본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가부장제가 인간의 오랜 경험에 따라 자연스럽게 터득한 가장 자연스러운 가정제도라고 생각한다. 남성들이 오만하게 여성들을 착취했다는 측면을 제외한다면, 가부장제는 여전히 유효한 제도이다. 과거와 같이 가정주부의 역할을 비하하고, 평가절하 해서, 가정주부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역할로서 받아들이고, 각자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가부장제는 현대시대에도 전혀 시대착오가 아닌 것이다. 거기다 가부장의 민주적이고 소통적인 리더십과 함께, 가족구성원 각자의 천부인권을 존중하는 문화가 함께 자리잡는다면, 신가부장제는 그야말로 페미니스트들이 외치던 여성해방 그 자체인 획기적인 제안이 될 수 있다. 여성의 욕구와 남성의 욕구를 모두 충족하는 훌륭한 제도가 아니냐 이 말이다.

물론 여성의 사회진출은 자유이다. 맞벌이를 하든, 남성이 가정주부가 되든, 그건 각자 알아서 선택 할 수 있다. 단지, 가부장제에 대해서 너무 구시대 유물이나 타파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버릴 요소는 버리고, 취할 요소는 취해서 사용하면 가부장제도 훌륭한 가정제도일 수 있다는 환기를 하고자 하였다. 남성의 권위를 존중하는 것은 남성에게 뿐만 아니라, 여성 스스로에게도 좋은 일일 수 있다는 메세지도 함께 전하고 싶었다.

가정주부, 이제는 존중하고,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신가부장제확산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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