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니 생각 말고

인간을 싫어하는 인간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종류가 있다. 강한 사람에게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 강한 사람, 분위기에 따라 감정이 달라지는 사람, 사람을 분류해 놓고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려있는 사람 그리고 이 세 가지를 모두 다 가지고 있는 사람과는 나는 잘 지내본 적이 없다. 이런 사람을 누군가는 기회주의자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심하게는 소시오패스라고도 말한다. 그런 사람들과 잘 지내지 못하는 나는 과연 사회성을 가지고 있을까 라는 질문을 조심스레 던져본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열등감 때문에 내가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사람은 누군가와 마찰이 빚어졌을 때, 일차원적으로는 그 사람을 가장 먼저 싫어하지만 두 번째로는 그 사람이 싫어하는 나 자신을 싫어하게 된다. 그렇게 인간은 자기 자신을 미워할 또 다른 이유를 하나 만들어냄으로써 본인의 삶을 한층 더 피폐하게 만든다. 그게 바로 내가 하고 있는 짓이다. 한심하기 그지없지만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자연스럽게 흐르는 이 생각들은 내가 손바닥을 쫙 펼쳐서 막아보아도 도무지 막을 방도는 없다.

이 생각들의 끝에서는 나는 다시 한번 되물어본다. 그런 나 자신을 미워한다면 결국 나를 파괴하는 것이 해결책인 것이냐고 말이다.

누구나 사람에게 실망을 한다. 모든 사람이 당신을 좋아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이 당신을 좋아한다면 그 세상은 당신을 상대로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