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감 3편

by Aroana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K로부터 연락이 왔다. 기분 좋은 마음에 통화를 하던 중 그녀가 최근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흔한 장거리 커플의 결별 사유였다. 안타까워하며 이야기 하던 중 그녀가 최근 이사를 했다며 나를 집들이에 초대하겠다고 했다. 모처럼 반가운 제안에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드디어 그녀의 속마음을 확인해 볼 기회라고 생각했다.


연애 젬병인 나는 이 소중한 기회를 잘 살려보고 싶어 아는 동생(C)과 함께 가겠다고 했다. 내가 괜히 우물쭈물 거리면 그 녀석의 도움이라도 조금 받아볼 심산이었다. 그렇게 약속 날짜가 되었다. 나는 최대한 정갈하게 차려입고 가벼운 집들이 선물과 함께 K의 집에 도착했다. 처음의 어색함은 역시 술이 최고였다. 그러나 나는 C의 조언을 얻어 술을 자제하면서 그녀의 심리상태를 확인해 보려 노력했다. 그런데 그러던 중 갑자기 K의 폰에서 연락이 왔다. A였다. K는 재빨리 스피커폰으로 받으며 마치 셋이 있다는 정보라도 알려주려는 양 우리는 각자 A와 대화를 주고받은 후 나머지는 K가 베란다로 가며 전화를 마무리했다.


지금 시간이 밤 11시인데 전화를 주고받는 것은 내가 봐도 상황이 이상했다. C도 눈치 챘던지 적당히 하고 가자는 눈치를 주었다. 이후에도 술잔을 몇 번 더 기울였다. C는 나를 띄어주기 위해 노력했고 나도 나름대로 호감이 있다는 표시를 나타냈다. 그렇게 밤 12시가 넘어서야 자리는 마무리되었다.


“형, 내가 볼 때 이건 끝난 게임이야”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일단, 이 시간에 A한테 전화가 온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그리고 A가 지금 우리가 온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어. 내가 봤을 때 둘이 지금 상당히 관계가 진행된 상태야. 그리고 K가 나가서 또 통화를 주고받았잖아”

“뭐야. 그럼? 둘이 사귄다는 거야?”

“그건 모르지. 그런데 확실한 건 관계가 이미 꽤 기울어진 상태인 것 같다고... 형이 되돌리기가 많이 힘든 상태라는 거야”

“그럼 뭐 나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밑져야 본전이니까, 형은 그냥 관심을 계속 나타내봐. 그런데 K가 거기에 대해서 반응이 없으면 그냥 접어. 막 고백 같은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반응을 이끌어 내. 그런데도 걔가 반응이 없잖아? 그럼 형도 거기까지야. 더 나가려고 하지 마.”


사실, 이때 나는 C하고 작은 언쟁이 있었다. 나는 저 작은 통화 하나에 C가 이미 끝난 게임이라고 말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관계야 내가 조금 불리할 수도 있는 건데 ‘크게 기울어졌다’는 어감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났다. 나는 C의 말대로 몇 번 더 카톡을 보내며 K에게 안부를 보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사건 이후 나와 K, A가 셋이 만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A로부터 술을 마시자는 연락도 없었고 K에게 술 약속을 언급하면 선약을 핑계로 몇 차례 거절을 당하기도 했다.


이때 내 마음은 완전히 K에게 가 있던 터라 나는 이런 상황들에 미치기 시작했다. A가 절대 그럴 아이가 아니라며 C에게 화를 내기도 했고 차라리 A에게 내가 K를 좋아한다고 대 놓고 이야기하며 도와달라고 부탁을 해보자고 설득했다. 그런데 C는 단호하게 하지 말라고 했다. 절대 A에게 약점 잡힐 짓을 하지 말라고 했다. 반응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그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냥 자연스럽게 둘을 손절하는 게 옳다고 조언해 주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당시 C와 꽤 많이 싸웠다. (아무리 눈치가 없다지만)나는 마치 다 잡은 고기라도 놓친 것 마냥 C에게 생떼를 써가며 뭐라도 손을 쓰고 싶어 했다. A에게 카톡을 보낼까를 몇 차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으나 결국은 접었다. 아무래도 C의 말이 맞는 것 같아서였다. 하루하루 괴롭고 마치는 나날을 보냈다. 그렇게 조금씩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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