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영상을 제작하기까지

by Aroana

2023년 6월 28일. 유튜브에 가족의 여행 영상이 올라오고 나서 누구보다 가슴이 뭉클했던 건 우리 가족이 아닌, 바로 나였다. 가족에 관한 버킷리스트를 드디어 실현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본문 전체를 봐도 알다시피 이 원고엔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다뤄져 있다. 집 문제며, 이혼, 아버지의 그날, 내 미래에 대해 다룬 갈등까지 우리 가족은 크고 작은 마찰을 계속 겪어가며 성장했다. 엄마와 아빠는 서로가 죽일 듯이 싸우며 달려들었다가 현재는 다시 연인이 되어 알콩달콩한 전화 통화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그 모든 과정을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나로선, 언젠가 한 번은 가족 모두가 나온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 남매만 나오는 게 아닌, 매형과 모든 조카가 나와서 웃고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 사진이 아닌 영상으로 남겨 누가 봐도 다시 그날을 추억할 수 있게끔 이상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삶이 바빠 유튜브를 놓고 있지만 원래는 이 원고의 초안을 끝내놓고 유튜브에서 내 삶을 소소하게 기록했다. 이런저런 컨텐츠를 찍으며 중간에는 우리 가족에게도 의미 있는 영상을 만들어 보려는 찰나에 가족과 다 같이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사실 이런 컨텐츠를 찍는다는 건 어지간해서는 의지의 문제라 기회가 주어져도 내가 의지를 갖지 않으면 절대로 할 수 없다. 마침 나는 영상 제작에 큰 관심을 가진 상태였고 컴퓨터며 카메라며 장비도 제법 갖추고 있었다. 놀러가는 것 자체에서 큰 흥밋거리나 재미있는 점은 딱히 없었다. 그냥 가족끼리 만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라 우리는 잘 먹고 쉬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늘 그렇듯 가족끼리의 대모임에서는 싸우지만 않아도 성공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피할 수 있는 건 피하고 좋은 주제의 이야기만 던지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당일 밤을 새고 에어컨이 고장 난 똥차(지금은 폐차를 한..)를 끌며 힘겹게 팬션 장소에 도착했다. 짐을 푼 후 나는 평범해 보이는 우리 가족의 일상에 조금은 활기를 불어넣고자 카메라를 켰다. 가족에게 영상을 찍는다고 이야기하고는 서둘러 여기저기 영상 촬영을 시작한 것이다. 가족 모두의 건배사부터, 누나가 부모님에게 준 용돈 선물, 누나들이 요리를 하고 부모님이 손주를 봐주는 모습까지 카메라에 전부 다 담았다. 중간에 엄마, 아빠와의 인터뷰는 내가 생각해도 괜찮은 기획이었다. 가족 모임에 대한 소감을 묻는 모습은 영상 촬영을 위한 목적이 아니면 절대 담기지 않을 장면이기 때문이다.


여행이 끝나고 집에 와서 영상을 편집하는데 지루함은 하나도 없었다. 조금의 막막함은 있었지만 이리 붙이고 요리 잘라서 배경음을 넣는데 어느덧 그럴싸한 결과물로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자막을 붙여 나레이션을 만들고 약간의 항마력을 가미하고자 “이렇게 영상을 찍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뭔가 가슴이 뭉클했다. 마지막은 우리 가족 전부가 나와서 ‘다음에 또 만나요. 안녕’하는 멘트를 남기고는 그동안 찍은 사진을 선보이며 화면을 클로징 했다. 그렇게 찍은 29분 분량의 영상 기록은 가족의 화목함을 보여주기에 제법 충분한 분량이 되었다.


사실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의미 있는 영상을 남기긴 했다. 크리스마스를 기획해서 엄마가 조카와 누나, 매형들이 보낸 편지를 읽어주는 영상, 엄마가 에어로빅 대회에 나가 ‘젊음’에 대해서 이야기한 영상 등 시간이 지나고 보면 나름 뭉클한 영상을 참 오글거리게도 잘 담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가족 전부가 모여 함께 웃고 떠들던 모습을 그려낸 가족 영상이다. 화면 속 영상의 화목함이 우리가 또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시련을 극복해 줄 수 있는 치료제로 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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