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1편]“X가 되어줄래?"를 마무리하고 느낀 점

by Aro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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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번 원고가 내 삶을 다루는 마지막 에세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라도 가벼운 내용의 이야깃거리는 쓸 수 있겠지만, 내가 겪은 이야기를 이처럼 일관된 톤으로 쓸 수 있을 기회는 글쎄, 앞으로 흔치는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과거 기자시절을 (잠깐이나마) 하고 있을 무렵. 노트북에 앉아 내 삶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쓰고 싶었는데 도무지 써지지 않아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쓰고 싶은 내용이야 한 가득이었지만 도대체 어떻게 써야할지 갈피를 전혀 잡지를 못했던 것이다. 진지한 이야기는 써보고 싶은데, 주제는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목차는 몇 개나 만들어야 할지.. 등등. 당장 떠오르는 에피소드를 쓰면 됐었는데도, 나는 원고의 방향만 기획하느라 결국 한 자도 쓰지 못했다. 어렵사리 원고의 방향이 정해지고 나서는 또 다시 책의 도입부분에서부터 막히고 말았다. 이름하여.. 프롤로그!. 나는 이 프롤로그에서 허송세월을 보낸지만 몇 개월이 걸렸다. 임팩트 있는, 내 삶의 가장 부끄러운 고백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결국 책의 도입부분을 끝마치지 못했다. 어떻게 어떻게 해서 겨우 마침표를 찍은 첫 번 째 에피소드는 2023년 4월, 내 나이 34살에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만 1년 동안 나는 정말 미친 듯이? 글쓰기에 몰입해 ‘한 해’를 나름 뿌듯하게 보내게 되었다.


사실 이 원고가 나에게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던 이유는 내가 가진 몇 몇 경험담이 분명 우리 가족에게 제대로 전달될 것이란 부분에서 ‘창피함’과 ‘두려움’에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그렇다고 구전으로서 내 에피소드를 들려주기에는 뭔가 내 감정을 억지로 떠미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그러기는 싫었다. 내 이야기를 가장 완성도 있게 만들어보고 싶었고 그렇다면 각각의 에피소드는 내 감정에 이기적일 정도로 충실해야 했다. 누구도 고려하지도 않은, 오직 ‘나’만을 고려해서 나온 이야기. 대신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가장 세련되게 다듬어 보고 싶었다. ‘세련되다’는 말. 참.. 글을 쓰면서 여기에 집착했던 것 같다. 찌질한 내용을 가장 찌질하지 않게 표현해보기 위해 정말 갖은 애를 썼다. 책의 에피소드에 중간 중간 날것의 감정을 실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여기 나온 에피소드 중 7~80%는 내 가장 친한 친구, 가족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은 내용들로 가득하다. 아무리 친했어도 각 각의 개별 한 명이 이 책의 내용 20% 이상을 이미 들은 적이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다. 참.. 어찌보면 나도 내 글을 읽어보면서 정말 외로웠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나름 친구에게 고민도 잘 털어놓고 수다도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밝히지 않은 이야기가 많았던 게 나름 신기할 따름이다.


정말 다행인 건, 예전에 내가 다른 책을 써보면서도 내 삶에 관한 에세이를 막연하게 꿈꿨을 때, 그 때 떠오른 이미지랑 지금 내가 만들어낸 기록물(실물)을 살펴볼 때 대단히 크게 이질감을 느끼지 않아서 좋은 것 같다. 그 때도 이런 류의 글을 기대했던 것 같은데... 다행히도 목표 대비 8~90%는 달성한 것 같다.(원래 내가 완벽주의 기질이 없어서 그런가..)


그냥.. 그 점이 좀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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