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보고
화려한 에펠탑과 상앗빛 건물들, 시크한 패션과 그러지 못한 따뜻한 음식들, 넘쳐흐르는 키스와 섹스,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남겨준 작품과 그에 보답하는 듯 매일같이 걸작이 탄생하는 곳, 지금 내가 가고 싶은 도시, 파리이다. 에밀리는 그런 도시에 갔다. 파리를 사랑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 같고, 에밀리 역시 파리에 완전히 빠졌다. "Emily in Paris"는 시카고에서 온 에밀리의 시점에서 프랑스를 보여준다. 미국인의 시선에서 본 프랑스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차별성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이 시리즈를 다 보고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실비 그라토였다. 실비는 파리에 사는 중년 여성이며 극 중 에밀리의 상사이자 마케팅 회사인 '사부아르'의 대표이다. 실비는 전형적인 프랑스 여성을 잘 표현한 느낌이 들었다. 셔츠와 깔끔한 원피스 그리고 블랙 의상을 주로 입으며 늘 절제된 미를 보여주었고, 공적인 관계의 사람들에게는 냉철한 태도를 보이지만 내 사람이라 믿는 사람들에겐 따뜻하고 정 있는 모습을 보였다. 또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매우 현실적이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낭만적이며, 그 나이에만 누릴 수 있는 멋과 재미를 즐기며 사는 모습을 보고, 내가 중년이 되면 실비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본능적으로 가장 친근하게 느껴졌던 캐릭터는 민디. 아무래도 나랑 같은 아시아인이기 때문이어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친근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더 생겼었다. 민디는 중국 재벌집 딸이다. 하지만 부모 등쌀에 밀려 경영수업을 받으며 살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그녀가 사랑하는 도시 파리에서 사랑하는 일을 하며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는 인물이다. 에밀리의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하며, 역시 끼리끼리 노는 건지 에밀리 다음으로 가장 현명한 인물이라고 느껴졌다. 민디는 그야말로 멋지다. 집안 도움 없이 스스로 도전하고 성장하고 이뤄갔다. 해외에서 살게 되었을 때, 민디처럼 살 수 있다면 그야말로 행운아일 것이다.
중학생 때 프랑스에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지금 너무 아쉬운 건 그때 내가 너무 어렸었다는 것이다.
이 시리즈를 보고 프랑스인들은 현재에 매우 충실한 삶을 사는 것 같다고 느꼈다. 내가 가장 추구하는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항상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고, 지금 당장 이 순간을 만끽한다. 뭐 가끔은 너무 뒤를 생각하지 않아서 사랑에 너무 쉽게 빠져버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프랑스에 콩깍지가 낀 건지 사실 나는 그것마저 솔직하고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꼭 다시 한번 프랑스에 가고 싶다. 어린 눈으로는 보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잔뜩 보고 배우고 느끼고 싶다. 환상이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환상 그 이상의 현실을 경험하며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싶다. 그것이 지금 나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