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한 신데렐라와
불쌍한 아나스타샤

신데렐라 3을 보고

by 채희

어릴 적 봤던 애니메이션 영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걸 꼽으라면 신데렐라 3이다.

이 영화를 처음 본 어릴 때에는 그냥 계모와 의붓 언니들이 사악하고 신데렐라가 안쓰러워 보였다. 그런데, 성인인 지금 오랜만에 이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은 신데렐라는 왜 이렇게 무능력하고 아나스타샤는 불쌍해 보이는 걸까.


신데렐라 3은 신데렐라와 왕자가 결혼한 후 이야기를 다룬다. 신데렐라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와중 계모와 이복언니들의 복수로 왕자와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용기와 지혜로 성장하며 위기를 극복하게 된다.


영화 초반,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신데렐라는 왕자와 그 잠깐의 눈 맞음으로 인생역전한 것처럼 보였다. 물론, 그녀가 가진 착한 심성과 따뜻한 마음씨가 공주의 삶으로 이끌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근데, 왜인지 그 과정에 거품이 잔뜩 껴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작고 하찮은 동물들의 도움과 말도 안 되는 요정 할머니의 등장이라니, 아무리 동화라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지게 느껴졌다. 또 그런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없었더라면 신데렐라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신데렐라는 "신데렐라 3"편에서 스스로의 능력을 통해 진정한 행복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간 것처럼 보였다. 신데렐라는 왕자를 만나기 위해 직접 궁전으로 갔으며, 계모에게 직접 맞섰다. 그녀는 그녀의 행복을 '능동적'으로 갖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한편 아나스타샤(신데렐라의 이복언니)는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이 여린 인물이라 느껴졌다. 기 센 엄마(신데렐라의 계모) 밑에서 반강제적으로 집안의 성공을 위해 이용되었다. 여느 소녀들처럼 그녀도 왕자의 사랑을 원했다. 그래서 무모한 방법까지 써가면서 왕자와 결혼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느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왕자의 사랑이 아니라 누군가의 그녀 자신에 대한 진정한 사랑인 것이었다. 애써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사랑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영화 초반, 무능력해 보였던 신데렐라와 불쌍했던 아나스타샤는 결말이 되어서 결국 용기 있고 당당한 멋진 모습이 된다. 사랑에 대해서 수동적이지 않고 주체적인 태도를 갖게 되며, 자아를 갖고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 것이다. 예측불가한 과정을 통해 해피엔딩이라는 동화의 뻔한 결말이 나와 더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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