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J 선물일기 1화

삐걱삐걱 냉혈한 'ENTJ'의 선물을 통한 변신과 성숙한 관계 구축기

by 하재호

1화 동업자와 화분


이 이야기는 ENTJ였던 내가, 선물을 통해 ENFJ로 변해가는 과정의 이야기다.

나는 '선물'을 통해 동경하던 ENFJ가 되고, 더 나아가 성숙한 관계를 구축해내고자 결심했다.

이 글은 나의 변화의 기록이기도 하다.


나는 다소 냉소적이고 차가웠다. "누구봐도 너는 확신의 T야"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이런 이유로 수많은 관계를 상처입혔다. 나의 연인이'었'던 이는 나를 '냉혈한'이라고 까지 표현했다.

너가 ENFJ 정말 완벽했을텐데. 마지막으로 전해들은 말이었다.


그래서 많은 ENFJ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너희는 대체 어떻게 행동하느냐고. 그렇게 알게된 공통점이 있다.


선물하는 대상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대상에게 가장 의미있는 선물을 고민하고 선물함으로써 선물을 줬을때, 상대방이 진심으로 기뻐했다고. 그 모습이 너무 보람찼다고.


이거구나. 이거였구나. 나도 진심어린 선물을 하자.


선물일기 1화 :


동업자인 이 친구는 entj다. 15년 대학교에서 만나 23년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있다. 주로 지금까지 생일선물을 챙겨본적이 없다. 그러게. 왜일까? 이렇게 오래된 친구인데. 그래서 생일이 아닌 날, 아무 의미없이 선물하기로 했다. 그래야 더 의미가 부각될거 같으니까.


첫만남이 아직도 기억난다. 젠틀몬스터라는 브랜드가 아직 세상에 알려지기전, 그러니까 안경 좀 좋아한다 하는 사람들만 사용하던 그런 시절에 두꺼운 젠틀몬스터 뿔테를 쓴 친구였다. 얼마나 안경이 큰지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얼굴의 1/4이 안경이었다. 스트릿한 옷보다 단정한 옷을 좋아했다. 대학생때는 옷을 서로 빌려입곤했지만 와이드하고 널널한 옷을 즐겨입는 나와, 드레스 셔츠같은 핏하고 댄디한 스타일의 이 친구는 서로의 패션을 서로 이해가지 않는다며 디스(?)전을 벌이곤한다.


이 친구와는 사업까지 함께하는 오래된 지인이다. entj 둘의 동업에 많은 이들이 걱정을 하곤했다. 하지만 내가볼땐 이 친구는 estj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도 그럴것이 이 친구는 정말로 적이없다. 내 대학에서의 무기는 예민함이었다. 예민함은 날카로운 칼같아서 모든걸 베는 효과적인 무기였지만 베고싶지않은 것도 잘려나가곤했다. 베고싶지않은것은 관계였는데. 이 친구는 그런것없이 두루두루 어디든 필요한, 어디에나 어울리는 친구였다. 유연한 사고에 누구와도 잘어울리는 나와 반대의 장소에 서있는 친구다. (얘 진짜 ENTJ 아닐지도 모른다)


10년 가까이 지켜본 이 친구의 관심사는 두가지다. 가전제품과 식물. 전자기기를 사줄까 하다가 10평조금 넘는 자취방에 이미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더블모니터, 공기청정기, 가습기로 충분한 맥시멈리스트의 삶을 살고있다. 생각해보니 집에는 기계들과 식물이 기묘한 공존을 하고있었다. 이 친구가 누구나 잘어울리는 것처럼, 그의 집에도 가전제품과 식물이 기묘한 밸런스로 존재한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바로 식물이다. 그냥 식물을 사주는것도 의미없다. 뭔가 유니크한걸로. 미대생을 만족시킬 그럴 만한 디자인이 들어간 화분으로 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를 서칭하다가 발견했다. 두왑플랜트, 피쉬본 화분.

https://smartstore.naver.com/doowopplant/products/7559930030


화면 캡처 2023-02-27 174650.png

선택한 이유는 가격도 저렴하고, 유니크했으며, 미대생의 감성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었다.


선물후기 :


갑작스러운 선물에 친구는 꽤나 놀랐다. 이게 뭐냐고 이쁘다며 칭찬을 2분정도 했다. 그러고는 본인의 플렌테리어 존에 추가하더니 그렇게 끝났다. ( 얘 진짜 ENTJ맞다)


관계의 변화 :


이게뭐지 ? 라고 생각했더니 이 친구는 매일매일 사진을 보내기 시작했다. 정말로 기쁨과 정성으로 키우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서로 무뚝뚝한 관계가 별것아닌 식물로 인해 화사해짐을 느낀다. 가끔 이친구의 집에 놀러가면, 구태여 물을 줬나 확인하고,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내가 물을 주려고 노력하게될거같다. 우리의 선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