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삐걱 냉혈한 'ENTJ'의 선물을 통한 변신과 성숙한 관계 구축기
19년 4월부터 20년 1월까지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적 있다. 인생에 있어 내가 태어난 국가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1년을 살아보는 경험을 해봐야한다는 인생의 버킷리스트중에 하나였다. 어릴적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일본어 자격증을 따뒀기때문에 일본을 목표로 했고, 가능하면 학위가 나오는 유학의 형태로 해외 1년 살기를 달성하고자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우리 학교의 미대에는 아쉽게도 중국밖에 선택지가 없었기에 울며겨자먹기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일본에 위치한 한 어학당에서 만난 또다른 미대생이 있다. 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냐고 물으니 반짝이며 포켓몬이 좋아서 라고 했다. 큰 키의 이십대 중반 남성이 포켓몬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모습이 처음에는 참 낯설었지만 오히려 심리적으로 허들이 낮아졌던 것 같다. 왜냐면 나도 포켓몬 좋아하거든(^^)
한국에 넘어와서도 아직까지 관계를 유지중인 이 친구에게 일본에서 가장 즐거웠던 경험이 뭐냐고 물으니 포켓몬 스탬프 랠리라고 했다. 함께 가지는 못했지만 이 친구를 통해 알게되서 참여해봤는데 정말 재밌는 경험이었다. 도쿄를 잇는 지하철역중 특정 역에 포켓몬의 도장이 있고, 그 도장을 모두 모아서 주최측에 보여주면 그에 맞는 상품을 준다고 한다. 보통 일본의 초등학생들이 여름방학때 가족의 손을 잡고 진행하는 행사라고 하는데, 이 친구는 그 행사에 과감없이 참여한 것이다. 도장을 확인하고 선물을 주던 직원분과 뻘쭘한 인사를 주고받았던 그 순간의 민망함을 나 역시 경험해봤다.
언제나 키덜트라고 생각했던 이 친구는 워홀이 끝나고 3년만에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참 세월이 빠르다. 어떤 선물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우리 엄마의 예순 기념으로 나고야 일본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이 친구의 선물을 찾기 위해 포켓몬센터를 들렸다.
거기서 만나게된 웨딩 피카츄버젼이야 말로 너무 이친구를 위한 선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가격은 웨딩드레스 피카츄 3200엔, 턱시도 피카츄 3000엔. 신부가 더 비싸지만 가격도 더 높고 딱 한개 남은 피스였기때문에 웨딩드레스만 고르려다가, 한국에 쓸쓸히 혼자 가게 될 신부 피카츄가 가여워서 턱시도 피카츄까지 함께 데려왔다.
예상치도 못한 선물이라며 감동하는 이 친구가 말하길 예전 결혼 폐물로 잉꼬를 데려온다는데 자기는 피카츄가 이 잉꼬를 대신할것이며, 안방에 꼭 배치해두겠다고 했다. 물론 상자안에 넣어 먼지가 쌓이지 않게 말이다.
결혼을 한 후는 이제 우리의 우정이 예전과 같이 시간을 보내거나 할 수는 없겠지만, 항상 포켓몬을 보거나 새 상품이 나오거나, 게임이 나올때마다 서로를 기억하는 오타쿠 동료로서 우리는 더더욱 굳건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