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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맴무 동거인 May 24. 2023

나는 북향을 선호했다.

 북향으로 보여주세요. 하나는 북향만의 조용한 그러면서 음울한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이고 둘은 소중한 책들이 푸른빛으로 물드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북향에서도 암막 커튼을 치고 나만의 동굴에 들어가는 삶. 그게 내 자취의 기억이다.



 본디 부모란 것은 자식에게 아무리 좋은 것을 먹이고 좋은 옷을 입혀도 부족하진 않을까. 걱정하는 법이다. 심지어 그들은 가끔 ‘내가 아니라,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더 있는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면, 우리 아이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나는 내 고양이에게 “아이고 내 새끼”라고 하면서도 모순되게 “누나”라고 붙인다. 은연중에 알고 있음이다. 아직 엄마라 하기엔 어설픈 것을. 부모라 하기엔 모자란 것을. 그리고 내 고양이는 말한다. “음마? 엄마?”



 정남향이 아니면 안 돼요. 작은 창가에 얕게 드는 햇볕마저 쬐려는 널 위해. 16평 이상에 투룸 이상으로 보여주세요. 1.5룸에서 우다다를 하다 멈칫하는 널 위해. 출퇴근 30분 이내여야만 해요.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그루밍하는 것 말곤 할 게 없던 널 위해.



 집을 구했다. 내 취향은 확실히 아니다. 아빠한테 물어본 적이 있다. “아빠는 아빠가 처음인데 안 어려웠어?” 아빠가 답했다. “그게 뭐가 어렵노. 당연한긴데.”



 홀린 듯 내 취향이 전혀 아닌 집을 계약하고서야 뜻을 알았다. 아, 이게 당연한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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