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날씨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
ああ心はまだ応えられないまま
아아, 내 마음은 아직 대답을 정하지 못한 채
深い海凪いでは 理想描いた今
깊은 바다가 잔잔해지고 이상을 그려낸 지금
ただ痛いほど願って 忘れはしないから
그저 아픈 만큼 바라고 잊어버리지 않을 테니까
ああこのまま立ち止まってしまったら
'아아, 이대로 멈춰버린다면
涙の味でさえ 知らないままだったな
눈물의 맛조차 모른 채로 있었겠구나'
君と笑って
너와 웃어
心海
by. Eve
잔잔한 바닷속 사이로 비치는 따스한 햇살 같은 몽환적인 느낌으로 시작되는 이곡의 제목은 우리가 흔히 아는 '깊은 바다'를 의미하는 심해(深海)가 아닌 '마음속 바다'를 의미하는 심해(心海)이다.
내가 처음 이곡을 들었을 때는 초봄이었다. 새벽에 친구와 둘이서 입이 찢어지게 하품을 하며 영화관에 들어갔던 것과는 달리 또렷해진 눈과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오며 ost를 찾았던 게 나와 이 곡의 첫 만남이다. 아직은 찬 바람이 부는 한산한 새벽녘의 거리를 친구와 나는 이 곡을 듣고 또 들으며 정처 없이 걸었다. 영화는 끝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영화 속에 있었다.
동이 트지 않아 가로등에서 나오는 빛이 전부였던 거리, 노래를 크게 틀어도 나와 친구를 제외하곤 그 누구도 들을 수 없었는 한적한 거리, 그 거리를 채우는 차가운 바람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던 그날, 우리는 행복했다.
이제는 추억 속 한 장면이 되어버렸지만 이 곡을 들을 때면 봄이 오기 전 아직은 추웠던 그날의 공기가 느껴진다. 어떠한 걱정도 없이 행복하기만 했던 그날의 추억이 이 곡에 깊게 스며들어 이 곡과 함께했던 다른 기억들로는 이 추억을 덮을 수 없게 되었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도 모르는 친구지만 이 곡에 새겨진 그날의 추억은 세월에 바래지지 않았다.
여름이 완전히 가시기 전, 가을인가 하는 사이 금세 차가워진 바람이 그날의 공기와 비슷하다. 애매하게 쌀쌀해진 날씨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이 곡이 잊고 있었던 우리들의 추억을 다시 꺼내었다. 한 장면씩 저장해 두었던 우리의 추억들은 우리가 함께했던 긴 시간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모자랐다. 이렇게 적지 않을 텐데 더 이상 내겐 없는 우리의 추억들이 너무나도 아쉽다. 별거 없어도 사진으로 전부 남겨 둘걸. 이쁘게 꾸미지 않았어도 영상으로 찍어 둘걸. 아무리 후회해 봐도 이제는 흐릿한 추억이 되었을 뿐이다.
이 곡 때문인지 영상 속 웃고 있는 우리의 모습 때문인지 그 친구에게 다시 연락해 볼까 하는 마음이 슬며시 든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우리의 마지막이 된 이유를 이제는 그냥 넘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에게 끝은 없을 거라 생각했기에 셀 수 있을 만큼의 사진과 영상들로만 남은 우리의 인연이 아쉽기만 하다.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들에 비하면 얼마 없지만 나는 아직도 우리의 추억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 모든 것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길 좋아했던 너도 나처럼 우리들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까.
추억 속에 남아 있어서 아름다운 것일까 아님 지금이 나의 작은 용기가 필요한 시점일까. 가을 이라기엔 너무 춥고 겨울이라기엔 아직 따뜻한 애매한 날씨 탓에 잠들었던 널 향한 나의 마음이 다시 요동친다.
현재를 살아내다 보니 어느새 나의 마음속 바다는 다시금 잠잠해져 있었다. 새로울 것 없이 예상되는 매일을 살아가는 내게 쌀쌀해진 바람은 그날의 기억을 다시 불러낸다. 여전히 내 마음속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던 너를 향한 마음에 대한 대답을 아직 정하지 못했어. 그날 불었던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할 때면 나의 바다는 여전히 요동쳐. 나는 절대 너를 잊지 못할 거야. 21살의 내가 온전히 나일 수 있게 해 준 너니까.
그 시절 나의 모든 것이 어떤 너와 너로 가득했던 나를 위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기에 후회는 없어. 시간이 흘러 지금 순간을 돌아봤을 때도 후회가 없도록 하기 위해 여전히 고뇌하고 있어. 우리의 시간이 멈춘 후의 너는 어떤 하루를 살아가고 있어? 그날의 네가 지었던 웃음은 지금도 날 웃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