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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은 Jul 27. 2023

존중하며 엄마의 경계를 표현하자.

2시에 다 같이 외출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1시 40분이 되도록 아이는 여전히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열마나 열중했는지 지금 시간이 몇시인지도 모르는것 같다. 엄마가 이정도 허용해 줬으면 아이도 스스로 지키려고 하는 최소한의 예의를 보여야 할것 같은데 아이는 뻔뻔하게 받아먹기만 하는것 같다. "언제까지 할꺼야. 그만 해." 라고 수 차례 말했지만 아이는 매번 '잠깐만~ 이번판만~' 하면서 벌써 30분이 넘어간다. 아이가 이기적으로 느껴진다. 속에서는 화가 부글부글 올라온다. 게임이 아이를 다 망치는 것 같다. 결국 엄마는 폭발해서 소리친다. 

"컴퓨터 부셔버리기 전에 당장 게임 꺼!"


이런 상황은 우리들이 흔히 겪는 일이다. 


"당장 꺼!"

"컴퓨터 박살날 줄 알아!"

"그 나이면 게임도 적당히 할줄 알아야지."

"중간에 꺼도 네 닉네임을 기억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니가 지금 몇시간이나 게임을 한줄 아니?"

"너 게임중독자 될래?"

"으이그 그래 니 맘대로 해라."


이런말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 우리는 왜 이렇게 경계를 주는것이 어려울까?


위와 같은 명령, 위협, 설교, 비판등은 좋은 대화방법이 아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이런 대화방법을 쓰는 경우가 참 많다. 교육을 하다보면 이런 방법을 쓸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것이다. 하지만 부모가 이런 대화법을 쓴다면 아이도 이런 대화법을 배우게 된다. 게다가 존중받지 못한 아이는 부모를 신뢰하제 못하게 되며로 이런 대화 방식은 주의해야 한다. 모든 교육은 안정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아이가 두려움에 떠밀려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자신을 위해서 행동해야 한다.


나는 성적을 중요시 하는 엄한 엄마 밑에서 컸다. 덕분에 늘 상위권을 유지했고 대학도 원하는 곳을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공부를 내팽게 쳤다. 내가 행복했을까? 억지로 공부하는 동안은 감옥에 갖힌것 처럼 불행했고 공부를 내팽게 친 뒤로는 뒤쳐지는 두려움에 불행했다. 엄마는 나를 공부시키기 위해 두려움을 많이 심어주셨다.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경쟁자들 사이에서 낙오되면 얼마나 불행해 지는지 지속적으로 알려주셨다. 나는 배우는 진짜 의미와 가치를 배우지 못한 아이였다. 배우는 기쁨을 알기도 전에 두려움을 너무 많이 배워버렸다. 우리는 아이에게 하나를 가르쳐도 진정으로 배울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에게 지혜롭게 경계를 알려줄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판단하지 않고 엄마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스스로 왜? 라고 물으며 자신이 불편한 진짜 이유를 찾아 마음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나는 왜 게임하는 것이 불편할까? 

왜냐하면 약속시간에 늦을것 같아 걱정되기 때문이야.


왜 게임하는 것이 불편할까? - 아이가 숙제를 하지 못할까봐 걱정되기 때문이야.
숙제 못하는것이 왜 걱정될까? - 선생님에게 혼날까봐 걱정돼기 때문이야.
선생님에게 혼나는게 왜 걱정될까? - 아이가 선생님에게 미움받고 상처받을까봐 걱정돼.


그렇게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은 엄마 자신에게도 스스로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수 있는 기회가 된다. 자신이 깊이 숨겨놓은 두려움이나 분노를 만나기도 하고 어린시절의 상처를 만나기도 한다.


아이가 선생님에게 미움받고 상처받는것이 왜 걱정될까? - 내가 어린시절 선생님에게 상처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야. 그건 정말 괴로운 기억으로 남아있어. 내 아이는 절대 이런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여기까지 엄마 마음에 성찰이 이루어졌다면 아이에게 솔직하게 표현하면 된다. 엄마는 약속시간에 늦어 친구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걱정된다고, 또는 네가 숙제를 못해가서 선생님께 혼날까봐 걱정된다고 말이다. 이렇게 말한다고 즉각 아이가 "네. 알겠어요." 라고 말하며 순순히 말을 듣지는 않을수도 있다. 그래도 적어도 엄마의 진심은 전달될것이다. 


내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그 사람이 솔직하게 말하지도 않는것 같다. 빙둘러서 말하면서 비난, 판단만 한다. 그러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상대방이 진실된 자세로 나온다면 적어도 들어줄 마음은 생길것이다. 


엄마의 말에 진심이 담겨있을 때 아이는 도망가지 않는다. 그 안에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엄마는 아이를 사랑한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야할 뿐이다. 아이와 대화를 이어갈수 있다면 해결방법은 결국 떠오를 것임을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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