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다해 Jun 23. 2023

뱉어내는 것의 중요함


나의 생각과 감정들을 짐처럼 차곡차곡 쌓아 그 생각과 감정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느라 많이 지쳤던 시절이 있었다. 표현하고 싶은데 계속 계속 삼키고 담아두니 그게 결국 독이 되었다. 어떤 표현이든 표현하고 살아야 즐겁던 내가 표현하기를 멈추니 삶이 행복하지 않았다. 표현을 멈추니 건강한 표현방법이 어색해졌다. 생각과 감정은 점점 표현이 아닌 표출이 되어가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것이 어떤 방법인지 잊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다양한 방법과 수단을 활용하여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퍼즐 맞추기, 어느 날은 혼자 놀기, 공상하기, 대화하기, 사진 찍기, 음악 듣기, 묵상하기 등등 활동적인 성격과는 좀 상반된 취미생활을 만들었다. 이 중에는 나를 더 동굴 속으로 가두는 방법도 있었고, 잡생각이 들지 않아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취미생활로 남은 것들이 있다. 하지만 나에 대해 더 알아간 시간들이 좋았던 것과는 별게로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다.


내가 채워질 수 있는 건강한 표현 방법은 무엇일까 계속해서 물어봤다. 책도 읽고, 나의 감정과 생각들을 좀 더 분명하게 말로 표현도 해보다가 하루는 감정일기를 써보았다. 그냥 혼잣말처럼, 공상하듯 사색하듯. 글로 써보니 나의 감정이 말이나 생각만 할 때와는 다르게 객관적으로 보였다. ‘내가 이런 말을 했나?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데?’ 싶은 표현들이 보였다. 생각으로 말로는 정리되지 않았던 것들이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며 글로 표현하는 것의 매력을 느꼈다. 생각해 보니 어렸을 때 글을 좀 쓴다는 말은 몇 번 들어봤었다.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주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ㅎㅎ 그런데 글도 하나의 행동이라는 것은 인식하지 못했었던 거 같다.

말로 뱉어내는 것도 순간적으로 편안해지지만 글로 써서 뱉어내는 것은 생각보다 나에게 더 큰 힘이 되었다. 주말 동안 어지럽던 마음을 생각을 통해 글로 뱉어내니 마치 답답한 속이 소화가 된 기분이었다. 때로는 삼키는 것보다 뱉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은 순간이었다.


유퀴즈에서 류승범 배우님이 나와서 아내분께 그림을 그리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어린아이들은 다 그림을 그려.
자기표현을 그림으로 하는 거야.
단지 너는 멈췄고, 나는 멈추지 않았을 뿐.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는 대답이었다.

표현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단지 나는 멈췄고, 여전히 멈추지 않는 사람이 있을 뿐.

매거진의 이전글 가끔은 깊은숨이 필요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