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가 따로 있나
2003년 여름이었다.
대학교 안에서 장애학생들의 안전한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는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행정처의 답은 단호했다. “예산이 없다.”
현실은 너무도 불편했다.
지체장애학생이 4층 강의실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남학우들의 등에 업히거나 네 명이 힘을 합쳐 휠체어를 들어 올려야 했다. 그 광경은 누구의 눈에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우리는 이 빗나간 현실을 바로잡고 싶었다.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소리 높여 집회를 열었다. 하지만 돈이 얽힌 문제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할 수 없다”라는 무기력은 우리에게 술잔이라는 도피처를 내밀었다. 새벽까지 술에 기대어 버티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던 길.
학교 정문이 눈앞에 보였다.
그 순간, 우리는 결심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놀라운 일을 해보자.”
그리고 정문 앞에 나란히 앉았다.
우리는 똥을 누었다.
그것은 불평등한 현실에 맞선 우리의 저항이자, 그 시절 우리가 내린 유일한 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