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 싱어송라이터 삶에 대한 고찰 일기
2024-03-30
"에이, 대학원에 배우러 갔지, 너 잘하는 거 보여주러 간 건 아니잖아." 며칠 전 엄마의 말에 아차 싶었다. 3월, 석사 2학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잘하고 싶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던 전공발표의 부정적 피드백, 반복되는 과제 발표 수정 요청, 쌓여가는 여러 과목의 과제들로 좌절감에 깊이 빠졌고, 기대보다도 부족한 능력에 스스로가 한심했다. 한동안 의기소침해지고, 좌절감에 빠져 허우적 대다 우울하다고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다가 엄마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맞아. 나 남들에게 칭찬받으려고 사는 것은 아닌데. 내가 잘하는 것 남들에게 증명해 보이거나, 인정받으려고 사는 것도 아니고. 남들에게 예쁨 받으려고 사는 것도 아니었는데...' 분명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 왜 자꾸 잊어버리는 걸까.
*추신 : 결국은 절대 못 해낼 것 같던 막막한 과제를 퍽 만족스럽게, 얼추 마무리했다.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2024-03-30
갈등관리를 배우다가, 이전 연애들에서 왜 나는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갈등관리'를 미리 배웠으면 좀 더 나은 결과가 나왔을까? '투사적 동일시' 개념을 미리 완벽하게 이해했더라면 좀 달랐을까? 역할극을 할 때는 상대방 마음이 이렇게나 이해되고, 내 마음에 덜 차더라도 넘어갈 수 있는데, 왜 지금은 되고, 그때는 안 됐던 걸까?
사람들은 내가 착해서 화도 안 내고, 싸우지도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지만, 전혀 아니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연인에게는 유달리 너그럽지 않고, 유연하지 못하다. 그놈의 도덕성, 그놈의 윤리, 그놈의 배려. 지금에 와서야 하찮지만, 인간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 나는 또 같은 상황을 반복할 확률이 높다.
나약한 인간인 내가 어떻게 뭘 또 더 할 수는 없다. 먼저 스스로에게 너그럽게 대하는 수밖에.
2024-04-03
1년 전, 왜 싱어송라이터를 그만두겠다고 생각했는지 돌아보자.
1) 스스로가 예쁘고, 상품으로써 가치가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하려고 애쓰는 내가 바람직하지 않게 느껴졌다. 2) 내 음악 스타일에 크게 자신이 없었다. 3) 사람들에게 계속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 불편했다. 한 앨범을 내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내가 돈이 많으면 아쉬운 소리 없이 돈을 많이 주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고용하겠지만, 나는 가난한 음악가이다. 4) 작곡, 작사, 기타 실력이 늘지를 않아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다시 싱어송라이터를 계속해야겠고 생각이 바뀌었는지 돌아보자.
1) 찝찝했던 느낌이 '인간의 상품화'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편-안. 2) AI가 나의 매력은 소박 매력이랬다. 퍽 마음에 든다. +가수는 AI 대체 안 되는 직업이랬다. 3) 부탁하는 능력도 늘었다. 4) 잘하는 것보다 꾸준히 하면 뭐라도 된다는 걸 이제는 안다.
2024-04-04
3시간짜리 전공발표가 드디어 끝났다. 도저히 못 할 것 같고, 막막하고, 좌절감을 느끼게 한 과제였다.
1) 평소 같으면 부정적 피드백을 줬던 교수님 앞에서 의기소침했을 테지만, 부정적 피드백은 과정이었으니 쫄지 않으려고 애썼고, 2) 이대로 실패하기에는 앞으로 발표 때마다 계속 두려움에 떨까 봐, 성공경험을 하고 싶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결론은 잘 마무리가 되었다. 방대한 양이었지만 나름 잘 소화했고, 최대한 잘 전달하려고 노력하였으며, 나에게 부정적 피드백을 준 사람 앞에서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는 점에 스스로가 대견했다. 앞으로의 자아 정체감에 도움이 될 좋은 성공경험을 얻었다. (아니면 혹시 나이가 드니 조금 더 뻔뻔해질 수 있었던 것일까? 아니다. 그냥 내가 멋지게 잘 해낸 걸로 하자.) 물론 내용이 까다로웠어서 더 좋은 교수법이 있었을까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이제는 아쉬운 점보다는 스스로 잘한 부분을 조금 더 자랑스러워해 주어야 한다.
캠퍼스에서 벚꽃 사진도 왕창 찍었고, 아무렴 성공 경험을 한 좋은 날이다.
2024-05-07
며칠 전, 사이코드라마에 참여하고 처음 겪는 자유로움에 놀랐지만, 해가 저무니 또 갑자기 슬퍼진다. 한동안 우울함을 잊고 살았는데 말이다. 한 번씩 밀려오는 우울과 슬픔은 도대체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물론 밀려오는 슬픔, 우울, 그리움을 그리 싫지만은 않는다. 찾아온 밤에 딱 맞는 노래를 들으며 눈물이 나올 것 같은 속상한 마음은 오히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그리움이 가득한 밤에 생각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삶이지 뭐...
맞아, 나에게는 이런 감정들이 있었지. Ind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