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관점에서
상황은 전혀 변한 것이 없지만, 어젯밤까지 도저히 헤어 나오기 어렵겠다 느끼며 허우적대던 '죄책감, 자기 비난, 실망감, 무력감, Non-pathological suicidal ideation' 등의 감정들이 한결 나아졌다. 사실 그냥 없어졌다.
참, 신기한 일이다. 매번 이틀이다. 꼬박 이틀이 지나면 나의 감정과 마음이 훨씬 나아진다. 물론 이 전에도 종종 '괜찮아. 힘들어도 이틀이면 나아져.'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어떻게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틀일까? 이번에는 꽤 큰 스트레스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여기에서 내가 궁금한 포인트는, 스트레스 정도와 관계없이 왜 매번 이틀이냐는 거다.
나의 회복탄력성이 발휘되는 시점은 왜 매번 이틀일까?
1) 나의 회복 패턴 살펴보기
- 0~12hr : 큰 스트레스 상황이 벌어지면, 대게 감정에 압도되어 있다. '혼란, 분노, 서러움, 억울함, 실망' 등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올라와, '감정'이 '이성, 객관적 사실'을 덮고 있는 시기를 보내게 된다. 느껴지는 감정을 분별하기 어려우며, 이 시기에 종종 스스로를 향한 '죄책감, 자기 비난, 실망감, 무력감'을 느낀다.
- 12~24hr : 어렴풋하게 감정의 이름들을 찾고 싶어 하지만, 강렬한 감정들 때문에 이미 에너지가 소진되었고, 이로 인해 사고(생각)가 사용할 에너지가 부족하여 명확한 감정들의 이름을 찾지는 못하는 상태이다.
- 24~36hr : 감정이 다소 진정되고, 감정을 처리하는데 에너지를 덜 써도 되니, 남은 에너지로 성찰을 통해 감정을 탐색하고 의미를 찾고 나아갈 방향을 찾는다. 의식적으로 말과 글을 활용하여 '사고(생각)'을 통해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정당한 감정인지 검증하고, 무의식적으로 행한 오류를 찾고, 앞으로의 바람직한 방향을 찾는 시간을 가진다. (<- 이 단계에서 공감기반자가조절 필요 / 타인과 감정을 나눔으로써 더 안정되는 편 / 회복의 부스터 역할을 함)
- 36~48hr : 스트레스 상황의 '감정' 잔상이 남아있으나 명료화된 상태라, 현재(here and now) '감정'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한 차례 성찰을 하였으니 스트레스 상황의 '감정'이 올라오더라도 처리하기 훨씬 수월하다.
- 48hr~ : '감정'은 해소되고, '사고(생각)'는 통합되고, '에너지'가 기존대로 회복된다. 삶을 here and now로 살아갈 수 있는 상태가 된다.
- keywords : 감정, 사고(생각), 감정탐색, 자기 성찰, 공감기반자가조절, 자기조율능력
2) 뇌과학 관점에서 살펴보기 (심리생체리듬)
감정 반응은 단순히 한 순간의 정서적 폭발이 아니라, 뇌의 특정 영역들 간의 순차적 작용과 연결 속에서 일어나는 복합적인 과정이다. 감정이 처리되는 대표적인 주요 뇌 부위는 편도체(Amygdala), 해마(Hippocampus), 전두엽(Prefrontal Cortex)이다 (Pessoa, 2017).
먼저, 편도체는 감정을 생성하고 감정적으로 위협적인 자극에 즉각 반응하는 역할을 한다. 성난 감정을 유발하고, 불안과 공포를 감지하고 조절하는 기능을 하며, 감정 폭풍이 몰아칠 때 가장 먼저 활성화되는 영역이다 (LeDoux, 2000). 이후 자극은 해마로 전달되는데, 해마는 감정 자극의 시간적, 공간적 맥락을 처리하고 과거의 유사한 기억과 연결 지어 해석하는 기능을 한다. 해마는 또한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키는 데 관여하며, 인지능력 전반에 영향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Phelps, 2004). 그다음으로 전두엽이 활성화되며 감정 회복의 실질적인 조율자 역할을 수행한다. 전두엽은 고차원적인 사고, 추상적 추론, 도덕적 판단, 이성적 판단 등을 담당하며, 감정을 통합적으로 재해석하고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 (Ochsner & Gross, 2005).
감정이 뇌 속에서 처리되는 기본 흐름은 자극 → 편도체 → 해마 → 전두엽 순으로 진행되며, 이 과정은 일정한 생체리듬을 따른다 (Panksepp, 1998).
- 0~24hr : 감정 폭발 직후에는 편도체가 강하게 활성화되어 뇌 전체의 주도권을 쥔다. 이 시기는 ‘슬픔, 절망, 분노, 두려움’과 같은 원시적 감정 시스템이 뇌와 몸을 압도하는 시기이다. 실제로 수면장애, 식욕 변화, 눈물, 가슴 답답함, 멍한 느낌 등 생리적 반응이 동반된다 (Sapolsky, 2004).
- 24~48hr : 시간이 지나며 해마가 점차 기억과 맥락을 조직하고, 전두엽이 다시 활성화되면서 감정이 정리되기 시작한다. 전두엽의 작용으로 감정은 점차 이름 붙여지고, 의미화되며, 내가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이해하게 된다. 이 시기는 사고 기능이 회복되는 구간으로, 감정적 중심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시기다 (Thayer & Lane, 2000).
평균적으로 이러한 감정의 진폭은 24~72시간 안에 서서히 가라앉는 경향이 있다. 이는 감정 회복에 시간이 필요한 이유이자, 무작정 억누르지 않고 그 흐름을 존중해야 하는 뇌과학적 이유이기도 하다 (Davidson & Begley, 2012).
- keywords : 편도체, 해마, 전두엽
참 대단히도 실제와 이론이 딱 맞아떨어지는 나 자신이다. 이보다 더 딱 맞아떨어질 수도 없겠다. 앞으로도 힘든 일이 찾아와서 앞이 캄캄할 때는 지금처럼 이틀만 기다려보아야겠다. 이틀만 지나면 나아진다는 것에 확신 그 이상의 신념이 생겼으니 말이다.
세상 사람들, 여러분도 힘들면 딱 이틀만 기다리세오. Evidence Based Prediction. Amen. (종교 없음 주의)
그래서 앞으로의 나는,
- 0~12hr : 감정을 분별하기 어려우며 감정에 압도되어 있다.
=> 성급한 의미 부여하지 않고, 감정파도 위에 있다고 인지만 하기
- 12~24hr : 사고(생각)가 사용할 에너지가 부족하여 명확한 감정들의 이름을 찾지는 못하는 상태이다.
=> 체력적으로 가장 취약하니, 감정 탐색보단 수면, 음식, 산책 같은 기본생활 챙기기
- 24~36hr : 성찰을 통해 감정을 탐색하고 의미를 찾고 나아갈 방향을 찾는다.
=> '스스로에게 말 걸기, 일기 쓰기, 대화 나누기' 등을 통해 “감정 해석의 언어” 사용하기
- 36~48hr : 스트레스 상황의 '감정'이 현재(here and now) '감정'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 48hr~ : '감정'은 해소되고, '사고(생각)'는 통합되고, '에너지'가 기존대로 회복된다.
(*) 참고문헌
Davidson, R. J., & Begley, S. (2012). The emotional life of your brain: How its unique patterns affect the way you think, feel, and live—and how you can change them. Penguin.
LeDoux, J. E. (2000). Emotion circuits in the brain. Annual Review of Neuroscience, 23(1), 155-184.
Ochsner, K. N., & Gross, J. J. (2005). The cognitive control of emotion.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9(5), 242–249.
Panksepp, J. (1998). Affective neuroscience: The foundations of human and animal emotions. Oxford University Press.
Pessoa, L. (2017). The cognitive-emotional brain: From interactions to integration. MIT Press.
Phelps, E. A. (2004). Human emotion and memory: Interactions of the amygdala and hippocampal complex. Current Opinion in Neurobiology, 14(2), 198–202.
Sapolsky, R. M. (2004). Why zebras don't get ulcers: The acclaimed guide to stress, stress-related diseases, and coping. Holt Paperbacks.
Thayer, J. F., & Lane, R. D. (2000). A model of neurovisceral integration in emotion regulation and dysregulation.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61(3), 20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