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우울장애 원인에 관한 여러 이론

그럼에도 "왜?"보다 "어떻게?"라는 의문사를 던져야 하는 삶

by 권여름


우울장애 관련 공부를 할 때 교과서를 보는데 마음이 몹시 아프고, 짠하고, 시려 일주일 내내 내 기분(mood)이 우울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우울장애의 심리사회적 요인 관련 이론을 볼 때 유달리 그랬다. (생각해 보니 공부할 때 다소 과하게 진심으로 공부하는 것 같아 오늘부터는 조금 대충 공부하는 습관을 기를까 싶다. 요즘 내 삶의 추구미는 무언가를 대단히 잘하기보다 볼품없는 것을 하더라도 꾸준히 하는 것에 방점을 찍기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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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교과서를 보다 보면 대부분의 큰 구성은 정신장애의 정의가 나오고 이후, 원인이 나오는데, '신경생물학적 요인' 먼저, 그다음이 '심리사회적 요인' 순이다. 그렇지만, '신경전달 물질 중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이 불균형하다느니', '좌측 전두엽 활동이 저하되어 있고, 해마 용적이 감소되어 있으며, 편도체가 과활성화 되어있고, 변연계-전두엽 연결이 이상하다느니' 이런 세상 재미없는 신경생물학적 원인은 넘어가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교과서 별로 다르지만 종합해 보자면, 우울장애의 심리사회적 요인 이론은 크게 '1) 정신분석이론, 2) 대상상실이론, 3) 성격구조이론, 4) 인지이론(인지삼제), 5) 귀인이론, 6) 행동이론, 7) 스트레스와 환경이론' 등으로 나뉜다.


(이거 적고 얼른 또 마저 시험공부를 하러 가야 하기 때문에 7가지를 모두 다룰 수는 없겠고, 몇 개만 다루고 글을 마무리할까 싶다. / 참, 여러 교과서를 보다 보니 귀여웠던 점이 있었다. '심리사회적'이라는 용어를 심리학 책에서는 '심리사회적'이라고 표기하고, 정신의학 책에서는 종종 '정신사회적'이라고 표기하는 등 교과서 발행 주체에 따라 용어가 조금씩 달랐는데, 본인 분야를 내세우고 싶은 마음, 본인 분야의 자부심과 자존심이 동시에 느껴져서 한 동안 내 작은 웃음 포인트였다.)



각설하고,

1)

정신분석이론에서 보는 우울장애의 원인은 구강기에 어머니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었던 사람이 실제 혹은 상징적인 대상의 상실을 경험한 경우, 그 고통을 감당하기 위한 방어기전으로 '함입(introjection)'를 이용하여, 상실한 대상에 지녔던 분노와 공격성을 본인에게 향하게 되어 우울장애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프로이트 아저씨(정신분석이론의 아버지)는 통찰력이 대단하다.


2)

대상상실이론에서는 어린 시절 상실의 경험과 성인기에 경험하는 이별이 우울의 소인이 된다고 보았다. 어린 시절 아주 작은 상실(loss)도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으면서도, 태어난 기질에 따라 주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겠다 싶다.


3)

성격구조이론(혹은 우울에 취약한 성격유형 관련 이론)에서는 우울증이 발생하기 쉬운 세 가지 성격 유형을 꼽았는데, 첫 번째가 지배적인 타인에게 의존하여 자존감이 유지되는 의존적인 성격, 두 번째는 성취하기 어려운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미가시적인 표준을 평가하여 목표달성에 실패했을 때 쉽게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 강박적인 성격, 세 번째가 자신이나 타인에게 지나치게 엄격하고 비판적인 태도를 지니는 만족을 억제하는 성격이 그것이다.


4)

인지이론에서는, 인지이론의 대가 벡(Aaron T. Beck)이 말하길, 우울증에 잘 걸리는 사람은 '자신, 세상, 미래'에 대한 인지 왜곡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자아에 대한 부정적 기대, 세상이 나를 못살게 굴거나 요구만 하는 대상으로 보는 세상에 대한 부정적 기대, 미래가 고통과 실패뿐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미래에 대한 부정적 기대. 이 세 가지 왜곡된 기대, 인지삼제(cognitive triad)로 인해 우울증에 걸리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교과서에서 이 내용을 읽다가 '자신, 세상, 미래'에 대해 왜곡된 기대를 평생 품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울까 마음이 갑자기 물밀듯이 와닿았다. 몹시 슬프고 먹먹해서 이 부분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고 눈물이 날뻔했다. 그렇지만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있어 울지는 않았다. 분별력이 있는 사람이다 나는. (앞으로는 진짜 대충 공부해야지 정말.)


5)

적다 보니, 힘들어서 귀인이론부터는 다음에 다시 적을 참이다. 근데 행동이론은 말하고 싶으니깐, 행동이론까지만 적어야겠다.


6)

행동이론에서는 '학습된 무력감'으로 우울장애를 설명한다.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이 1967년에 개가 전기 자극을 피할 수 없는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자, 나중엔 피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도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더라는 전기자극 실험애서 유래한 개념으로, 심리학 외에도 교육학, 조직행동, 상담, 사회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등장한다. 이 개념을 10년 전 교육학 수업에서 처음 접할 때도 참 인상 깊었다.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 거다.'라는 무력감, '나뿐만이 아니라 그 누구도 어쩔 수가 없다.'라는 절망감으로 모든 걸 자포자기하게 되는 이론이다. 세상 사람들 이거 너무 끔찍하고 슬프지 않아요? 정말 무력할 것 같아요... 흙...


7)

스트레스와 환경이론은 다들 알죠? 세간에 떠도는 많이 보던 표... 이혼, 사별 등 인생에서 일어난 일 나열해 두고 스트레스 지수 100점 만점으로 옆에 적혀있고... (나중에 다시 추가할게요)





'불안'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볼 때, 처음에는 '아니, 불안이라는 감정은 도대체 왜 있는 거야. 괜히 사람을 예민하게만 하고, 역기능적으로 행동하게 만들고, '불안'? 너 좀 피곤한데?!'라고 생각을 하다가 이내 '그래도 불안한 감정이 필요하지. 생존에 필수적인 감정이지. risky behavior도 피할 수 있고, 사고하고 판단하기까지는 시간이 그래도 걸리는데 불안이라는 감정이 올라오면 직관적이라 판단까지 시간을 단축시켜주기도 하고...' 라며 이내 생각을 고쳐먹은 기억이 있다. '우울'도 마찬가지다. 피할 수 없는 신경생물학적 요인, 여러 심리사회적 요인들로 인해 '우울감', '우울장애'가 찾아오더라도 나의 기질과 과거경험을 바꿀 수는 없으니, 그래도 함께 잘 지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나는 종종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사는 사람이지만, 이런 문제에서는 "왜?"라는 의문사보다 "어떻게?"라는 의문사를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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