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드라이브 글쓰기 모음
가을쯤이었나.
너는 퇴근을 하자마자, 꼬깃꼬깃 준비한 이야기를 꺼내, 열과 성을 다해 기막힌 기승전결을 나에게 이야기했다.
근무 중에 VOC가 왔다는 메일을 받았고,
‘아니, 바쁘게 열심히 일하는데 누가 이렇게 불만사항을 보내는 거야!’ 화가 잔뜩 난 채로 VOC를 열었다가,
본인을 칭찬하는 VOC라 기분이 엄청 좋았다며, 흥분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야기를 열심히 준비했을 너와, 격양되어 이야기하는 네가 웃겨서, 나는 그랬냐며 그냥 웃어넘겼다.
그때 너에게 격려와 칭찬의 말을 해줄걸.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만 하던 '대단하다. 멋지다. 대견하다.' 이런 말들이 왜 이리 쉬이 나오지 않았을까.
네게 나는 유달리 인색했다.
오래 보고 싶은 꽃은 물을 조금씩이라도 자주 줘야 한다.
사소하지만 필요했던 말들이 우리 사이에 부족해서, 우리는 점점 시들었나 보다.
하지 못한 말들과, 아껴둔 사랑을, 이제야 듬뿍 주고 싶은 나는
어쩔 수 없이 습관처럼 가을을 돌아보게 된다.
그때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걸,
그때 조금 더 조급하지 말 걸,
겁먹지 말고, 최선을 다 할 걸,
더할 나위 없는 날들을
사랑하지 못한 나는 못내 아쉽다.
지나고 나면 뭐든 좋아 보이는 것을 알지만.
(+ 나중에 돌이켜보면, 지금도 더할 나위 없는 날이겠지. 조급해하지 말고, 겁먹지 말고, 최선을 다해 지금을 사랑해야지. 사실, 나의 논문을 나는 몹시 사랑하고 있다. 사랑아, 논문해. / + 앞으로 짜게 굴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