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한테 조성진 연주회 티켓 주면 반하겠네.

마법 같은 쇼팽 녹턴

by 권여름


새 부서에 복귀를 한 내가 잘 지내나 걱정됐던 엄마가 서울로 올라왔다. 하필 오겠다고 한 날 엄마는 감기가 걸렸지만, 서울행을 취소하면 내가 크게 실망할까 봐 굳이 굳이 서울에 올라왔다.


나 대신 택배 박스를 정리해 주고, 집을 치워주고, 요리를 해주고, 밀프랩까지 해준 엄마의 사랑에 불효녀는 마음속으로 울었다.



아니다. 생각해 보니 진짜 울었다.

고맙고 미안해서가 아니라 출근하기가 너무 싫다고 엉엉 울었다. (또다시 불효녀 모먼트)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회사에서나 혼자 지낼 때는 어른스러운 척, 여유 있는 척 pretending 하였지만, 나의 진짜 마음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의 마음이었다.



secure base가 내 옆에 있으니 풀어져도 된다는 생각에 출근 직전 엉엉 울다가 하루가 지난 오늘 그날따라 왜 이렇게 출근하기가 지옥 같을까 생각해 봤다.


내가 세상 싫어하는 밤샘근무를 다시 해야 해서, 그리고 집에 오랜만에 보는 엄마를 두고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글퍼서 눈물이 났다.

(이렇게 나약해 빠져서야 큰일을 할 수 있겠냐마는… 이렇게 태어난 걸 어째…)



결국 울다가 출근한 밤근무는 조금 우울했지만, 그래도 주변 동료들의 서포트로 잘 지나갔다.


그다음 날 또 다른 밤근무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나가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쇼펜하우어 필사를 하고, 조성진이 연주한 쇼팽 녹턴을 다시 찾았다.


마법 같은 쇼팽 녹턴.


놀랍게도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다.

내가 이렇게 또 조성진 님께 신세를 진다.


(+ 앞으로 누가 나 꼬시려면, 조성진 연주회 티켓 주면 될 것 같다. 바로 반할 수 있겠다.)




내가 우울하지 않으려고 사간 두쫀쿠를 동료들과 나눠먹으며, 두 번째 밤근무는 전날에 비해 더 수월하게 지나갔다.


아무쪼록 다행이다. 쇼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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