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이의 생각

@*@ 혼자 앓는 시간

by 희도

아팠다.

정신없이 아팠다. 겨우 병원에 다녀와서 뻗어버린 후론 일어나질 못했다. 계속 잠만 잤고 일어나 빈속에 약만 털어 넣었다.

이틀을 꿈속과 현실 세계를 정신없이 오가면서 보내고 사흘째 되던 날 겨우 일어나 앉았다.

화장실을 가면서 본 거울 속에선 디끈하게 여윈 웬 아줌마가 초점 없는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 에고 아줌마도 많이 늙었소. 그깟 과로 좀 했다고 그리 녹초가 되는 것이. 인자 나이가 묵어 가는가 보네, 아이고."

"그러네. 나도 나이가 묵어가나 보네. 예전 같으면 날아다녀도 몇 번을 날아다녔을 거리였어. 일 보고 챙기고 간호 좀 했다고 내가 먼저 쓰러질 줄은 몰랐네." 서글프게 대답해 주었다.

아이가 아파서 수술을 시키고 사흘을 신경을 쓰고 괜찮다 싶으니 내가 뻗은 것이다.

아이가 아파서 어미로서 할 일을 했다. 별 큰 일을 해낸 것도 아니고 부모라면 응당 해야 할 일을 한 것인데

그것 좀 해놓고는 생색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 보잘것없는 몸뚱이가.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내가 아프고 난 후였다. 아이는 내가 근 일주일을 옆에 있었고 아이 아빠도 지켰으니 외롭거나 쓸쓸하진 않았으리라. 내 새끼는 아프면서도 힘들거나 슬프진 않았으리라. 그것이면 되었다. 다행이다. 내 아이는 몰라서 아직... 몰라서.




집으로 돌아와 그날 밤부터 자리 보전한 나는 참... 쓸쓸하고 고독했다.

고독사의 의미를 좀 이해하기도 했다. 혼자서 앓아도 누가 이마를 한번 짚어주기를 하나 너무 아파 끙끙 소리를 내도 힘드냐고 물어봐 주길 하나. 그저 끙끙 소리를 내니 아픈 게 좀 낫네 하면서 혼자서 위안을 삼고 까무룩 정신을 놓았다 눈을 뜨면 잠이 들었었나 보네 하며 위로를 할 뿐. 시간이라는 것이 참 우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것이 젊은 시절에 아플 때는 아팠다, 힘들다로 끝이었는데 이제 이 나이가 돼서 아파보니 슬픔과 서러움과, 고독과 쓸쓸함을 모두 다 느끼겠더라는 것이다. 아픈 것은 똑같은데 내가 가지는 감정들이 이렇게 다르다니. 아, 이렇게 죽으면 고독사겠구나. 별게 아니고 이렇게... 나의 시간이 지나감이 슬펐고 무서웠다.

늙어 혼자가 되어 아프면 그리 서럽다더니 이제야 그 말이 내 것으로 훅 다가오는 것은 내가 또 하나의 인생을 배웠음이라. 이렇게 또 철이 조금 드는 것인 게야.

일어나 앉아서 베란다 문을 열고 찬 바람을 좀 쐬니 정신이 든다.

겨울은 바람의 차가움을 더해 깊어가고 내가 새로 품은 감정들은 새록새록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