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할머니
인생은 밥상 위에서 여물어 저문다
에이 진짜 흘리지 좀 마 애기야 왜 자꾸 흘리고 먹어
턱 빠졌어?
그렁게 말이다 헐헐
느 할매 인자 늙어서 턱도 빠진 게 비다 밥도 지대로 못 먹는 것이
사랑이 지나온 오늘의 세월을 품는다
밥풀 하나 입에 넣어주면 열심히 오물거리고
꼼지락거리는 것이 영락없는 즈 애비 어릴 적 모습 판박이랑 게
분유만 묵어서 언제 살이 오른당가 어여 밥을 묵어야제
숭늉만 묵어서는 배가 안 찰거인디 어여어여 밥을 묵어야제
씹히지도 않은 밥알이 도로 바깥세상으로
기어 나오면 주름진 손이 후딱 집어 얼른 입으로 넣는다
새 밥풀 하나 다시 조그만 입안에 넣어주고는
사랑의 눈빛을 삼킨다 미소를 그린다
밥은 줄어들지 않고 바라보는 사랑은 커져간다
바람은 빨리 감기 버튼을 누른 것 마냥 치고 넘어가 할매의 세월을 훑는다
입에 들어 간거,,,
도로 내 놓지 말라니깐 흘리지 내 놓지 애야
많이 먹어야 살이 안 빠지지 자꾸 흘리니까 힘이 없어지잖아
나 사람 됐다더니 할매가 애가 되면 어째
흐르는 음식물을 수건으로 닦으면서 밥상 위에 타박을 놓는다
제대로 벌어지지 않는 입에 밥 한 숟가락 떠 넣어 놓고는 자근자근 씹는 입을
그리움으로 보듬는다
세월의 건너편에 있던 눈빛이 헐헐헐 웃는다
세월이 눈물을 머금는다
밥 먹여 키우던 어린 젖먹이 손녀
다 키운 손녀 손에 밥 얻어먹는 할매
인생은
밥상 위에서 여물어 밥상 위에서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