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같은 날이었다
엄마와 손잡고 이런저런 과거 속을 헤집다 돌아온 바람 같은 날이었다
생각지 못한 시간은 많은 생채기를 내놓고는 혼자서 멀리 도망가 버렸다
세월도 마찬가지였다
얌체 같은 시간을 안고 훌쩍 사라져 버린 그가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적어도 시간은 두고 가던지 아님 듬성듬성
징검다리처럼 놓인 그곳 만이라도 채울 여유를 주던지.
하나를 생각하며 몰두하고 있다고는
삐져서 가버렸다
온몸에 생채기만 잔뜩 내놓고 그 쓰라림에
웅크린 채 울려 놓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렸다
나이가 먹는다는 게 화가 난다는 노래가사도 있던데 이제 조금이나마 그 노랫말을 쓴 이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시간에 연연해 본 적이 없었던 것도 같다
가는 시간이 아쉬워 발을 동동 굴러본 적도 없지 싶다
그러나
지금 나는 가는 시간 초바늘 하나가 아깝다
그를 늦춰 잡을 수 있다면 하는 생각에 하염없이 바라본 날도 있고
지는 해가 아쉬워서 멍하니 노을에 기대본적도 있다
나를 두고 가지 말라고 애원하면서...
이젠 알 것도 같다
그저 노을을 바라보던 엄마의 눈빛이 노을을 사랑해서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마 엄마도 깊이 애원하고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