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이의 생각

@*@ 어른스럽지 못한 나는... 찌질하다

by 희도

장구를 배워 보기로 했다.

무언가 음악 쪽으로 한 가지 취미를 가져보고자 하는 열망이 아직 식지 않았음을 깨닫고 찾아보다 선택한 것이었다. 손가락이 짧다 보니 기타를 배우다 포기했다. 피아노도 3년을 쳤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손가락이 짧으니 들려오는 가락보다 배움의 실수가 컸고 선생님들도 나의 힘듦을 인정하는 쪽이었다. 결국 음악은 나의 신체 구조가 나를 멀게 한다며 자조적으로 포기한 것이다.

그렇게 세월을 흘리고, 지천명을 한참 지나고서야 난 우연히 가락 앞에 섰다.

장구가락도 좋았고 민요가락도 좋았다. 예전엔 돌아보지도 않던 가락이었다. 듣기 싫다며 얼굴 돌리기 일쑤였고 티비를 돌려버리던 나였다. 그런 내게 우리 가락이 들어온다는 것은 내게도 충격이었다. 나이를 먹는 것이라 했다. 옛것에 끌린다는 것은 그만큼의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란다.

나이라...

언제부터인지 아파도 나이가 들어서 그래~~ 나이가 들면 안 아픈 곳이 없다.

실수를 해도 나잇값 좀 해라~~ 나이는 어디 뻘로 먹었냐, 어른답게 살자.

살이 좀 찐 거 같아 했더니 나잇살이야. 나잇살은 안 빠진다. 적게 먹고 운동을 좀 해라.

나이... 나이... 나이... 뭔 놈의 나이가 안 붙는 곳이 없다.

장구를 배워볼까 한다했더니 다 늙어 뭔 놈의 장구냐고. 그냥 하던 거나 충실하라고.




나이 먹음 쭈그려야 하는 거야? 더 오기가 나서 장구를 배워 보기로 했다.

장구학원 옆 담벼락에 주차를 하고 보니 담벼락을 절묘하게 뚫고 나와 저리 서있는 피망( 솔직히 피망인지 미니파프리카인지 잘 모르겠다.)을 보았다. 차에서 내려 한동안 쭈그리고 앉아 어머 너는 어쩜... 이렇게 힘든 곳에 터를 잡았니. 어쩌다 너도 이렇게 나이를 먹었니 하고 말을 건네본다.

네가 이렇게 어렵고 힘든 곳에 싹을 틔우고 가지를 내어 열매를 맺어 탱탱하고 화려한 자태를 뽐냈으나 이제 추운 겨울바람에 쭈그러들고 이파리를 잃어가는 것이 나이를 먹나 보다. 너도 애썼다 사느라, 살아내느라.

그런 너의 삶은 존중받지 못하고 늙어가는 너를 말하는 것이 여기저기에 나이를 갖다 붙이는 나 같다.

너도 나이를 먹느라 힘들었겠다.

네가 힘겨워만 보이지 않는 것은 아직도 아름다운 너의 고고함일 것이다.

이 추운 날에 너의 색을 잃지 않고 푹 꺼져 꼬꾸라지지 않고 반듯하게 서서 널 지켜내고 있지 않느냐. 제갈량이 울고 가겠다 ㅎ. 네가 담벼락 사이에 너를 둔 것을 뛰어나다 할 수 없으나 너로 하여금 붉은 벽돌을 더 돋보이게 하였으니 가히 제갈량을 능가하는 자라 아니할 수 없겠다, 그치?

심심하게 지나쳐 버릴 수 있는 도심의 담벼락을 네가, 너로 하여금 다시 돌아보게 하고 이렇게 한번 말이라도 나누게 하니 네가 더 낫다.ㅎㅎㅎ

오늘 나는 네게 나이를 배우고 지혜를 얻고 가니 사람들의 나이타령에 기죽지 않고 슬퍼하지 않고 나로 하여금 누군가를 빛나게 해 볼게. 쉽지는 않더라. 내가 나를 죽이고 다른 이를 빛나게 한다는 것이. 인간사가 모두

그렇듯이 물 흐르듯 그렇게 쉬 가지는 않더라고. 그래도 노력해 볼게. 네가 곱게 이 겨울을 건넜으면 해. 그래서 내년에 다시 너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 그때까지 장구 포기하지 않고 배워볼게. 용기 줘서 고맙다.

나이가 들면 용기가 없어지더라고. 자꾸 두려워지고. 나 너를 봐서라도 열심히 해 볼게.

고백해 본다. 실은 나도 나이가 먹어간다는 것이... 나이가 나를 누르고 있었음을.

한참을 혼자서 이야기를 건네고 돌아서서 가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은 것은 이 추위에 널 두고 가야 하는 나의 헛된 미망일 것이다.

내가 자꾸 음악에 미망을 두는 것처럼...










네 모습 하나 담는 것도 힘이 들었다.

모두 차들이 주차가 되어 있어서 멀찍이서

찍어보고 싶었지만

그럼 차들이 너를 가리고 벽도 가리고...

차에 구겨지는 나의 엉덩이를 사뿐히 무시하고

어떻게 해서라도 너를 담아 남겨두고자 나름

노력했다.











같이 옆으로 찌그러져 너를 담았다.

다리를 차 바퀴 아래로 집어 넣어 쭉 뻗고

온 몸을 담벼락 쪽으로 밀어 붙여 니렇게 잡았다.

기어이 네가 시멘트 벽을 뚫고 우뚝 서 있음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기억하고 싶었다.

나의 사진을 찍는 기술이 부족함을 용서해다오.

너를 꼭 기억할게.












대문 밖으로 빼꼼히 내다보시던 할머니가

뭔 생쑈를 한다냐 하는 눈으로 바라본다.

참 할 일 없다 싶으신 모양이다.

그래도 난 너를 열심히 나의 기억 속에 저장하고자

거의 엎드려 기는듯한 포즈로 잡았다.

땅에 엎드리지 못함은 나이를 먹은 어른이라는 것이 쑥스럽다는 단어로 포장해서 나의 행보를 막았음이라. 이해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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