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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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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도 Jan 17. 2023

동태 고모할머니

           동태 고모할머니


                                     


할머니 그거는 싫다니까

이파리만 주라고 이파리  하얀 부분 빼고

상 할머니는 배추김치에서 이파리만 잘라 곱게 펴

밥을 싸고 어린 궁뎅이 발로 감아 잡아당겨 입 안에 넣어 주신다

빈 입을 같이 벌리시면서 잘 들어가는지 할매 입이 확인을 하고

재차 손으로 어린 입 쓱 닦아 주신다 

어여 먹으라며 고갯짓을 하시며 등도 토닥토닥 문질러 주신다

남은 배추 대를 혼자서 드셨을 나의 상 할머니

이제야 그 배추김치 대가 이렇게 가슴에 얹힙니다


지금잉게 다행이제 옛날에 태어났음 울 손년 왈패였을 것이여

어찌 저리 기집애가 모시매 같을꼬

잘못 태어난 게지 모시매로 태어났어야 하는디 아까운 내 새끼

왈패가 뭔데깡패야?

못 허는 소리가 읍다 가시내가 모시매 같은 거를 왈패라 하는 것이여

한복 입고 사는 시상에선 어디 살았겄냐 죽었을 것이여 답답해서

느 할애비가 잘못 키웠당게

혀를 차시면서도 그 고운 눈은 반달을 그린다

그 고운 눈매가 왜 이리 가슴에 사무친 답니까     


해뜨기 전 어스름에 씻으시고 참빗으로 머리 곱게 빗어 땋아 자그마해진 쪽 지시고

아끼시던 옥색 치마저고리 찾아 입으시곤 큰아들 배웅 할 차비를 하시던

단아하면서도 곧은 당신을 기억합니다

내 할아버지 상여 위에 얹어지던 당신의 슬픔을 기억합니다

상여를 정성스레 쓰다듬던 당신의 그 고운 눈을 기억합니다

차마 부여잡지 못하고 조용히 흐르던 눈물로 

차마 곡소리를 내지 못하고 떨리는 꼭 다문 입술로

의연하게 자리에 앉아 억장이 무너지는 세상으로 바라보시던

당신의 그 고운 얼굴을 기억합니다

그래서그래서 이 순간이 더욱 아파서 눈물이 멈추질 않습니다


상 할머니 나의 상 할머니 당신이 꽃 같다던 막내딸

일찍이 청상이 돼 자식들 기르랴 시부모 봉양하랴 얼굴 한번 보여 주러 오지도 못한다는 하나뿐인 막내딸

죽기 전에 한번 볼 수 있으려나 하늘 보고 빌어보던 귀한 막내딸

지금 제 앞에 당신이 되어 서 있습니다

꼭 같은 반달 미소로 꼭 같은 목소리로 지금 제 앞에서 웃고 계십니다     


괜한 발길만 허비다 동태로 찾아들었던 까닭은 

여기 상 할머니 나만의 당신이 계셨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그리움이 매 머물면서 마음에 머물렀던 기억을 불러들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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