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맑은 너

^ㅡ^ 샘, 머리가 얼었어요~

by 희도

"쌤,쌤. 저 좀 봐요. 제 머리가 얼었어요. 고드름이 보여요~~"

"뭐라냐~~? 저놈이 드디어 이 추위에 정신줄을 놓았나 보다. 뭔 고드름이고 뭣이 얼었다고 난리여~~ 거짓말하지 말고."

"진짜예요. 한번 봐봐요. 만져보면 더 잘 알 수 있어요. 봐봐요~~~~."


이럼서 이놈이 뒤통수를 들이민다.

무슨 멋을 부리는 것인지 요즘 들어 뒷머리를 기르고 있어서 안 그래도 밉다고 맨날 콩콩 쥐 박는 소리를 하는데 그 길고 있는 머리가 얼었단다.


"꼭 만져 봐야 해? 음... 머리 안 감았어?"

"에이 감았어요. 감고 위에만 털고 후딱 위에만 말리고 다트 타고 날아왔더니 이렇게 됐어요~~ㅎㅎ"

"이 미친... 너는 다트 타면 불법이라 했지? 이게 말이 말로다 안 들리나. 그러다 사고 나면 어쩌려고 자꾸 그걸 타느냐고?? 그전에 나한테 죽을래?"

"샘~~ 머리부터 만져줘요~~. 녹는다고요~~."

"아이고 주여. 저놈의 애교를 우째 해야 하는지요. 저 거짓말을 넘어갈 수 있게, 화내지 않게 나를 살피소서~~ 제게 인내를 허락하소서.ㅋㅋ"


ㅋㅋㅋㅋㅋㅋ

함께 웃는 아이들 웃음소리에 나도 웃으면서 만져줬다. 나의 아름다운? 손으로.

!! 정말 얼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춥기는 했었다. 갑자기 몰아친 한파에 때 아니게 수도가 얼어서 아침부터 관리실은 바빴다.

얼은 수도 녹이러 다니느라. 나의 차례는 오후 3시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놀라운 일이긴 했다. 여수에선 보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춥다 해도 눈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고 수도가 언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여수가 며칠 전에는 아침부터 전화가 빗발쳤다.


"눈이 엄청 많이 왔다. 어서 밖을 좀 봐라. 이렇게 쌓인 눈 보기도 힘든데..."


골자는 이 말이 전부였다. 허나 나의 대답은 그 수십 통의 전화에 똑같은 대답을 했다. 마치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처럼.


"나 광주 사람이야. 눈 마~~~ 니 보고 살았어. 쌓인 눈도 실컷 밟고 살았어."

"아~~~."


그래도 고마웠다. 잊지 않고 전화해 줘서. 잊지 않고 챙겨줘서. 그래서 나의 아침잠을 방해했어도 화 한번 안 내고 녹음기처럼 대답해 줬다.

것도 놀랄만한 일이었는데 이번엔 수도가 얼어서 관리실 아저씨를 불러 녹여야 했다.

이런 일은 여수에 20년을 넘게 살면서 처음이었다. 이런 일도 있구나 하고 목욕탕에 가서 가뿐하게 샤워하고 수도 녹여 놓고 출근을 했는데 이번엔 아이 머리카락이 언 것이다.

머리 감고 부랴부랴 왔다는데 ㅡ다트타고ㅡ 정말로 얼어가지고 얼음이 얼어있었다.


"여수에서? 이런 일이? 가능해?"

"그러니까요, 가능하더라니까요?! 샘도 놀랍죠?!"

"응 ,@@. 놀랍다~~. 근데 왜 오후에 오시면서 늦게 출발하시고 다트 타시고 그래? 방학인데? 빨리 움직였으면 머리 다 말리고 버서 탔을 거 아녀."

"샘. 다트가 중요한 게 아니라 머리가 얼었다는 게 중요하다니까요~~. 머리가 얼어서 수업을 못하겠어요. ㅠㅠ @@ 큰일 났어요~~ 안 그래도 안 돌아가는 머리가 얼어가지고 수업 안 될 거 같아요~~."

"하!!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이 그거였어? 수업하기 싫다? 이 자슥이~~ 죽어볼래? 그럼 그 얼은 머리를 자름 되겠네~~ 그럼 수업하는데 아무 지장 없겠다. 그쟈?"

"에이~~~ 뭘 또 자른다 그래요~~. 소중해 잘 기르고 있구만~~헤헤.


째려보는 나의 눈을 보더니 금방 말을 바꾼다.


"녹을 거예요. ㅎㅎ 녹겠죠. 빨리 녹을 거예요. 제가 빨리 녹으라고 부채질할까요?"


손으로 부채질을 하고 난리다. 화장실 가면 수건 있으니 수건으로 닦으라 일러주니 화장실 들어간 놈이 함흥차사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어보고 싶은 게지.

네 마음이 보인다 이놈아~~~~^^♡


아이고 주여~~^^

내 아이들은 왜 저렇게 맑고 예쁠까요.

이제 중3이나 되는 녀석들이 저렇게 맑아 어쩌지요?


"한 번만 더 다트 탔다는 소리 들림 죽을 줄 알아. 나 말했다. 한번 더 말하면 사망이여. 알제?"

"넵!ㅋㅋ^^"


헛헛할까 봐 초코파이 하나씩 먹이고 수업 들어간다. 어쩌면 헛헛했던 것은 내 마음이 아니었을까?

아이들은 맑고 깨끗한데 나는 믿지 못하고 웃었던 나의 미안함이 헛헛함을 부르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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