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쓴다

****친구에게

by 희도



사랑하는 나의 친구 은희야


푸른색으로 물든 여수로 올 수 있어?

여름의 한낮이 지루하다는 너의 전화를 받고 난 좀 그랬다.

지루하다는 너의 말이 그냥 말 그대로가 아님을 나는 알고 있었기에.

어떻게 알았느냐고? 너와 나의 세월이 그만한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면 웃겠지?

그래서일까? 난 느낄 수 있었어. 네 마음이 다치고 아프다는 것을.

너와 나 학교 다닐 때부터 그랬잖니. 애써 모두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안다는 것.

그래서 절친이 될 수 있었던 것이고. 보고 싶다. 친구야.

내 친구 은희야

괜찮다면 여수에 한번 다녀가지 않겠니?

여수는 말이야 마음이 편안해지고 놀라운 위로의 채색을 간직한 도시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도시기도 하지. 도시이면서 시골 동네이기도 해.

난 네게 도시인 여수를 소개해 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란다. 오히려 시골 동네인 여수를 보여주고 싶어. 왜 우리 고등학교 시절 친구 할머니댁에 가서 힐링하고 온 것 기억하지?

넓은 바다를 보면 가슴이 답답할 때 한숨이 목구멍 저 안쪽을 치고 올라올 때 바다의 푸른색이 토닥이고 물결의 잔잔함이 분노를 잠재워준단다.

누구에게나 유명한 돌산대교가 있고 더 유명한 향일암도 있지만 난 네게 쉬어가는 쉼터 같은 작은 바닷가 마을을 보여주고 싶어.

아름답다기보다 너무 시골다운 모습이 이쁘고 정겹단다.

어디에나 있는 듯한 모래와 작은 바위가 있고 그물도 아무렇지 않게 널려 있는 그런 그냥 시골 촌 동네 앞바다.

너무 정겨워 가끔 둘러보고 앉아 내 한숨을 나눠지고 위로를 얻어가는

작은 시골 촌 동네 앞바다.

내가 너그러워지는 순간이 되기도 한단다. 그 너그러움을 네가 얻었으면 좋겠다.

파랗다는 편견을 깨버리는 남해 끝자락 작은 바다.

파란색과 초록색을 섞고 그냥 두기 쪼끔 아쉬워 흰색을 한 방울 떨어뜨려 놓은 듯한 초록색인 듯 푸른색인 내 안식처인 시골 동네 앞바다.

삶이 나를 배신할 때.

사람에 지쳐 멍 때리고 싶을 때.

금전의 횡포에 서운하고 힘들 때.

나는 조용히 그 촌 동네 바다 바위 위에 앉아 끝도 없는 오묘한 바다를 보면서 나를 내려놓기도 해. 시끄럽던 내 속을 다스려주고 울렁이던 내 마음을 잔잔하게 다독여 준단다.

아마도 너의 상처도 너의 아픔도 조금은 덜어내고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은희야.

집에서는 일출이 보인단다. 그리고 뒤로는 일몰도 보인다?! 나 정말 이쁜 동네에 살아.

그 시골 동네까지 얼마 걸리지 않지만 내가 살고 있는 소호동도 이쁘단다.

소호동. 작은 호수.

너무 이쁘다고 어쩜 동네 이름이 이렇게 시적일 수 있느냐고 여수 사람들은 그때도 시인들이었나 보다고 했더니 뭔 땡감 굴러다니다 익는 소리 한다며 바보를 바라보듯 쳐다보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단다.

그냥 가만있을걸... 괜한 아는 척에 그렇게 창피했었단다.

그랬음 중간은 갔을걸. 엄청나게 후회했단다.

요새말로 쪽팔렸었네~~^^

일제 강점기 소제리, 항호리를 합하여 소호리가 된 데서 유래했단다. 얼마나 멋없냐?

일제 강점기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보다, 소제리 항호리 해대는 것보다 작은 호수.

더 아름답게 어울리지 않냐?

그래서 내게는 지금도 소호동 앞바다는 작은 호수다

작은 호수이나 내 작고 옹졸한 마음 하나는 얼마든지 품어 줄 수 있는 저 드넓은 포용력을 가진 너무 아름답고 큰 소호이지 않니?

너도 본다면 작은 호수 같은 바다에 퐁당 빠지고 말 거야. 그 작은 호수에 너의 모든 짐을

던져 넣고 내게도 안식처가 되어주는 촌 동네 앞바다에 가서 위로를 얻고 너그러움을 얻어오자꾸나. 너에게도 나의 안식처를 조금 나누어 줄게.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내고 색을 입혀 자연의 활기를 잃어버린 대도시에서 내가 받았던 상처들. 그 아픔을 나도 여기서 위로받을 수 있었단다.

아무도 함부로 가질 수 없는 본인만의 채색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여러 가지로 뽐내고 있는 여수 앞바다를 얻은 것은 내겐 행운이었나 보다.

내가 여수를 오게 된 것은 그저 우연만은 아니었던 것도 같다.

그러니 은희야.

내게 와라. 여기 여수로 와라. 넓고 아름다운 바다가 너를 반겨 줄 거야.

너를 사랑하고 너를 아끼는 친구가 주절주절 몇 자 적었다. 사랑한다.


작가의 이전글영혼이 맑은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