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벌써 2023년이 밝아 오른 지 한 달 여일이 지나갑니다.
어머니는 건강하실까요?
춥지는 않으실까요?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바람이 몹시 부는 추운 겨울이면 저는 따뜻하게 두 겹 세 겹 챙겨 입고 코트를 걸치고, 부츠를 챙겨 신고 나간답니다. 제가 얼마나 추위를 타는지 어머니도 아시죠?
추위를 타는 저를 위해 겨울이면 두 겹, 세 겹 껴 입히시고 두꺼운 양말에 오바 챙겨 입히시고 부츠까지 신겨 내보내시던 어머니의 손길이 늘 그리워지곤 합니다.
아마도 이런 버릇은 어머니께 배워서 인가 봅니다.
제 아이도 어머니의 손길을 이어 그리할까요?
어머니... 코트 한 벌 못 사드렸는데.
아이 옷을 보러 백화점을 들렸는데 자꾸 이상한 곳에, 눈길을 둡니다.
지금은 칠순이시니 이런 걸 입으시려나. 헤어질 때 마흔도 안되셨으니 기억에 머문 어머니는 저보다도 훨씬 젊으셔서 지금의 모습이 그려지지를 않습니다.
그저 곱게 늙으셨기를, 그저 고우시기를 바란답니다.
이 못난 딸은 그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어머니... 맛있는 밥 한번 못 사드렸는데.
점심으로 나온 음식을 또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먹음직스럽게 또 맛있게 이쁘게, 플레이팅 되어 제 앞에 놓여 있는 스테이크를 보면서 울 엄마도 이런 거 좋아하셨는데... 써는 거 좋아하셨는데... 돈가스 드시면서도 행복해하셨는데...
눈물이 나서 예쁘게 플레이팅 된 스테이크가 흐려집니다. 어머니 왜 이렇게 그리운 것이 많은지요. 왜 이렇게 그리운 것인지요. 왜 이렇게 뵙고 싶은 것인지요.
제가 그 무섭다던 갱년기여서 그럴까요?
왜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는 걸까요. 어머니께서 저 없이 이 갱년기를 넘어가셨을 생각을 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어머닌 얼마나 그 시간이 힘드셨을까요. 얼마나 가슴이 삭으셨을까요.
어머니.
전 어머니를 사랑했습니다. 그 모습 그대로 어머니를 사랑했습니다. 친자식도 아닌데 2% 부족한 것이야 그럴 수 있다고 치부하면서 어머니의 투정까지도 사랑했습니다.
외사촌들을 바라보시며 애틋하게 품으시던 그 눈빛이 서운하기도 했지만 또 저를 씻기시고 입히시고 챙기시던 어머니를 참으로 사랑했습니다.
제가 결혼을 해 제 딸아이를 스물이 넘게 길러보니 그 이십 년 세월 속에 참 여러 가지 감정이 켜켜이 쌓이더군요. 이뻐 죽겠다가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기도 하고 보듬어주고 물고 빨고 하다가도 꼴아지도 보기 싫을 때가 있더란 말입니다.
제 배 아파 낳은 제 자식이었으니 참고 인내하며 견디며 웃으며 울면서 그렇게 키워냈나 봅니다.
그중에 가장 큰 부분은 어머니가 보여주셨던 많은 부분을 저도 제 딸아이에게 보여주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 많은 감정들을 어머니는 어떤 마음으로 품으셨습니까. 그래서 지금은 그 애틋하던 눈빛을 이해합니다.
저는 어머니의 가끔 뵈던 텅 빈 눈이 싫어서 더 가식을 떨었는지도 모릅니다. 어머니께 웃음을 돌려드리려고. 그래서 어머니를 사랑하는 척했던 것은 아니었나 한동안 생각에 빠져 있었더랬습니다. 정말 그랬었나?
사랑하기보다 사랑하는 척했던 것은 아니었나? 그래도 척했던 것은 아니었지 싶습니다.
이렇게 그립고 한 번만이라도 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제가 진정으로 어머니를 사랑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동네에서도 소문난 왈패였던 저를 품어 기르시느라 애쓰셨습니다. 한 번도 보기 싫다 내치지 않으셔서 감사했습니다.
전 제 딸에게
"지금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네 방에 들어가 있어!"
라고 말하면서 키웠거든요.
어머니.
올해 칠순이시네요.
어머니는 안 계시지만 전 가는 해마다 어머니 생신을 바라봤고 눈물을 흘렸고 그리움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벌써 어머니의 칠순이더군요 올해가. 애써 보냈던 그리움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북받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어머니를 그리워하던 어느 날엔가 어머니가 이혼하실 때 서른일곱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젊으셨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막연하게 마흔 줄이었나 했었지요.
어찌 버티셨습니까. 그 외로운 시간을, 그 서러운 시간을, 그 젊은 나이에. 아니 그 어린 나이에. 그것이 아파서 정말 많이 울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제가 살아보니 서른일곱도 정말 어린 나이던데... 죄송합니다. 저 살아내느라 정신없어 어머니를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좋은 분 만나서 행복하게 사신다 하여 마음이 좀 놓였습니다. 그렇게 사십시오. 행복하게. 오래오래.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셔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머니가 더 그립고 보고픕니다. 여자에게 있어 엄마란 그런 존재인가 봅니다.
제가 나이를 이만큼 먹고도 여전히 엄마가 그립고 보고 싶은 것이.
친정이 없다는 것이 서러운 것이 아니라 친정엄마가 없다는 것이 서러운 것임을 이 나이에 깨닫습니다. 여자는 나이가 먹어 갈수록 더 엄마가 그리워지더군요.
오히려 그 그리움이 가슴이 저미도록 사무치더군요.
제가 아이를 낳고 그렇게 서러웠던 것은. 그래서 삼칠일을 울었던 것은.
어머니가, 친정 엄마가 너무도 보고 싶어서 너무나도 그리워서였습니다.
내 새끼에겐 이 슬픔은 주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 사는 것도 어머니께 드리는 제 그리움의 한 도막입니다.
제 딸아이가 아이를 낳을 때는 제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꼭 옆에 있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보았던 서글픔을 내 딸아이는 모르게. 내 아이는 엄마를 충만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는 것이 소원이랍니다.
제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가슴을 끌어안고 삼칠일을 울었던 것을 내 아이는 모르도록.
어머니.
날이 찹니다. 항상 감기조심하시고 요새 유행하는 코로나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해년마다 감기에 잘 걸리셨었잖아요. 특히 조심하셔요.
이번 생신은... 제가 찾아뵐 수 있을까요. 이 나이에 갖는 작은 소망입니다.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웃음이 끊이질 않는 하루하루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어머니.
어머니께서 늘 마음이 따뜻하게 즐겁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아무런 고민 없이 걱정 없이 그렇게 평안하시길 진심으로 바라고 기도합니다.
그중에 무엇보다 웃음이 끊이질 않는 하루하루가 되길 진심 간절히 바랍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