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내 아들아.
너를 놓고 그 서슬 퍼런 하늘을 뒤로하고
내어 딛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내 살을 찢어
길바닥 위에 뿌리는 듯싶었다.
어찌 너를 두고 갈거나 어찌 너를 내 곁에서 떼어 놓을 끄나.
자꾸만 뒤돌아 밟는 찢긴 내 발을 서슬 퍼런 하늘은 용서치 않았다.
아들아 내 새끼야.
너를 세상에 내어놓고 더없이 행복했고 기쁨으로 충만했다.
그 기쁨이 그 행복이 너무 커서 제일 먼저 네게 하나님의 축복을 주는 일이었다.
넌 내 아들이기에 하나님의 아들이었다. 이 어미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일이었단다.
그러니 하나님도 너를 지키고 계실 것이야.
내가 안아보는 첫 증손주라며 호박죽도 당신 손으로 쑤어오셨고,
이 못난 어미 호박죽 한술 뜨는 사이에도 너를 눈에 담느라 바쁘셨던 분이 네 외증조부님이시다.
백일즈음엔 너를 안고 잘생겼다고 내손녀 닮아 한 인물 하겠다며 백일밖에 안 된 놈이 늠름하다고 그렇게 웃으시며 귀애하시던 분이 네 외증조부셨다.
옆에서 한번 안아보자고 이쁜 내 새끼 한번 안아보자고 바라보시던 외증조모님의 사랑까지 보태자면 네가 어디 천대를 받던 아일꼬.
이모는 이쁜 내 조카라고 학교에서 돌아오기 무섭게 너부터 돌아봤으니 하물며 이 어미야 오죽했겠느냐. 너를 사랑했다. 아꼈다. 나의 피였고 살이었다.
그러니 사랑을 못 받았다 스스로를 미워하지 말며
귀한 존재가 아니라고 네가 먼저 너를 내려 깔지 말거라. 넌 모두에게 귀한 아이였다.
그만큼 귀하고 사랑받는 아이였다.
어미가 힘이 없어 너를 친가에 뺏기기는 하였으나 마음은 늘 너와 함께였었다. 늘 너를 찾으며 함께 시간을 보냈던 것은 의무가 아니라 이 어미의
고픈 정이었다. 사랑이었다.
그러니 내 아들아.
너를 귀히 여기거라.
너를 아끼거라. 비록 어미가 못나서 옆에 있어주지 못했다만 그것이 너를 귀하게 여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넌 너이자 내 새끼고 내 아들이다.
그러니 한껏 웃거라.
붉은 담벼락자락에도 피어있는 민들레에도 웃어주고,
지나가다 보이는 이름 모를 풀꽃에도 말 걸어주렴.
초라해 보이는 풀잎들조차도 햇살의 따스함을 안 다했다.
하물며 네가 주는 미소를 모를까. 네 말을 비껴갈까.
그들이 네게 주는 미소 또한 클 것이니.
그 미소가 네게 큰 꿈과 희망을 줄 것이야.
보잘것없다 여기는 작은 풀꽃도 네게 미소를 주는데 울 잘생긴 아들은 꿈만 안으면 되겠지?
많은 것들을 읽고 느끼고 보거라. 아직은 모두 다 충족되지는 않겠지만 네가 뜻을 세운다면 너를 도와주는 이들은 많이 있을 것이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라기만 한다면 결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했다. 네가 움직여야 세상 많은 것들이 너를 위해 움직일 것이야.
너를 위해 무엇이든 시작하거라. 작은 것이라도 좋단다.
일단 활시위를 당기는 것부터 시작해 본다면 어느 순간 활을 쏠만큼의 힘을 기를 것이고 촉을 겨눌 수 있을 것이며 쏠 수도 있으리라 이 어민 믿는다.
아들아 내 아들아.
저 네가 보는 하늘을 향해 시위를 당겨 너의 꿈을 쏴라.
활에 미래를 얹고 촉에 현실을 담아 당겨라.
저 하늘을 향해 손이 찢어져 피가 흐르더라도 멈추지 말고 쏘아라.
그 화살이 네게 희망을 가져다 줄거라 이 못난 어민 믿는다.
요사이 날이 많이 쌀쌀해지더구나. 겨울날은 추우니 조심하거라.
추운 밤 네가 더 쓸쓸하진 않을까 신경이 쓰이는구나. 그래서 더 네가 그립기도 한 밤이다.
보고 싶고 만져 보고 싶기도 하구나.
아들아.
아프지 말고 건강을 늘 염려하여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요새 시간이 많이 남는 다고 하였느냐.
네 미래를 위해 많은 생각을 하고 정리를 하고 계획을 세워두거라.
언제라도 저 넓고 높은 하늘을 향해 활을 쏠 수 있도록.
두서없는 많은 말들만 적은 것 같아 미안쿠나.
사랑한다 아들아.
다음 편지 때까지 웃으면서 지내자꾸나. 네가 많이 웃으면서 지내길 바란다.
#사진은 2023년 2월13일 찍은 복수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