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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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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도 Mar 12. 2023

첫눈


붉은 약속 바랠까 백반까정 넣어서 능갠 꽃잎

푸른 이파리로 묶어서

잃어버리지 않게 꽁꽁 싸매 열 손가락에 둘렀다

아직 얼도 않은 살 손톱까지 새겨지라고

명주실로 꼭꼭 묶어서 꽃잎 하나도

흐르지 못하게 싸맸다

시간도 물들고 손톱도 물들고 명주실도 물들었다

스무 마디가 빨간 물로 물들여져

앙큼함은 감추고 순진함만 도맀다

담장 밑에도 걸막 여기저기도 지천으로 헤실헤실 웃어대더니 

결국 스무 마디 안에 들어앉아

모가지가 빳빳하다.

꽃 이파리 실핏줄에 채운 붉은 약속 멍울져가고

살 손톱에 훔쳐 물든 빨간 물 손톱 가생이가 얄궂다

보고 싶을수록 외로워만 지는 적채가 마뜩잖다

첫눈을 기다리는 큰애기의 가슴을 애태우는

붉은 약속이 모질게 바스락거린다     






*능갠: 짓이긴-전라도 방언

*도맀다: 훔치다, 도려내다의 이중적 의미

*걸막: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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