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등
할아버지 형광등 갈아야겠는데?
왜 좀 더 있어도 되지 않겄냐
소리가 시끄러운데? 빛도 침침하고
그러냐 할애빈 아직 괘안은 것 같은디
금세 슬쩍슬쩍 코를 고신다
새 걸로 갈자 할까 봐 주무시는 척은
우는 형광등 아래 밤은 깊어가고 메리는 짖는다
작은방 문 대차게 열린다
울 할매 혹시나 하고 열었을 거인디
저 실망을 어쩌나 눈에 보이네
집 나간 아들놈 돌아오나 싶어 얼렁 열어봤을 거인디
휑하니 바람만 훑고 지나니 왜 아니 붉어지겄어
울 할매 또 속 시끄럽겠네
보태지는 야속 정에 괜한 문만 쾅 닫는다
문은 죄가 없다니까는
메리 시끄랍다!
저눔의 개새끼 번뜩허믄 짖어싸코 지랄이여
안 들어가냐 안? 이름만 메리믄 뭣혀 똥개 새키헌티
건넌방 상할매 화투짝 패 안 띠어지나 보다
불똥이 메리한테 튀는 것이
애먼 메리만 무색하겠네
아침이면 울 할매 담배 냄새 오진다고 궁시렁대겠네
시어매 타박은 못 하겠고 궁시렁만 늘겠네
작은방 며느리 속상할까 봐 밤새 피워댄 담배 냄새를 할매라고 모를까
침침한 형광등 아래 밤은 민망하고 벌레 소리는 서늘하다
돌아누운 할아버지 등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