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비가 내릴 때

에세이

by 희인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세상이 나를 등지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어떤 일을 하든 누군가 그것을 방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쓰던 물건을 잃어버리고,

내가 계획했던 일도 완벽히 무산되고,

버스를 바로 앞에서 놓치고,

길을 걷다가 넘어지고….

이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을 느낀 날이 있다.

도미노처럼 하나가 무너지자 다 같이 와르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날은 전철을 타고 집에 오는 길에 마음속에서 폭풍우가 몰아치는 것 같았다.

험한 폭풍에 의해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깊이 파묻혀 혼자 아파해야 하는 상황이 온 적이 있다.



쓰디쓴 밤을 보내고 다음날이 되어 내가 물건을 잃어버린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분실물이 하나 있다고 가져가라는 말이 돌아왔다.

한 손님이 나의 물건을 보고 담당자에게 가져다준 것이다.

또한 비슷한 시각에 내가 계획했던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실타래처럼 빙빙 둘러져 있던 실이 하나씩 풀려가는 것 같았다.

마음속에 폭풍우가 내리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소나기였다.

잠시 비를 피하며 기다리니 금방 소나기는 그쳤다.

그리고 그 소나기가 갠 뒤 그곳엔 반짝거리는 무지개가 피어있었다.



결과적으로 계획한 일이 잘 되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나는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우비를 사거나,

그늘 속으로 숨어 들어가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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