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나는 그리 오래 살지도 않았고, 살며 많은 것들을 깨닫고 득도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그래도 알량한 세월을 보내며 깨닫게 된 것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 있다.
바로 사진이다. 아니 사진이나 그림, 글이다.
과거 나는 사진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물론 눈에만 담기 아쉬운 풍경들은 종종 사진으로 남기는 편이었지만, 내가 나온, 누군가와 함께 찍은 사진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사진을 찍을 시간에, 함께한 이들과의 광경이나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고 즐기는 것이,
그 경험을 온전히 느끼는 데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다 같이 모였는데 사진이라도 찍자. 뭐라도 남겨야지."
이전부터 자주 어울리던 친구를 오래간만에 만났을 때 그가 했던 말이었다.
예전에는 종종 모여 함께 밥을 먹거나 놀러 다녔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서로 각자의 삶에 치이며 자주 보지는 못하는 사이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모이면 함께 웃고 떠드는 그런 사이였다.
"뭔 사진이야, 그 시간에 하나라도 더 즐기지."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친구의 성화에 못 이겨 음식점과 거리에서 단체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그 후로 몇 달이 지나고, 다시 서로가 그들만의 현실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때였다.
나는 휴대전화 사진첩을 들여다보았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였기에 빈약한 사진첩이 켜져 있는 휴대전화의 스크롤을 내렸다. 별 의미 없는 사진들이 나열되다 그때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 보였다.
그 사진을 보기만 해도, 뜨문뜨문 기억나던 그날의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잠시 동안 그때의 즐거웠던 시간으로 돌아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날 이후부터는 사진 찍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다.
사소한 계기로, 놓치고 있던 큰 무언가를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함께 했던 즐거운 기억들과 생각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빛바래기 시작한다.
소중한 누군가와의 추억들도 언젠가는, 서서히 잊혀 간다.
그 기억들을 잊어버린다면, 중요한 어떤 것을 조금씩 잃어간다는 공허한 느낌을 받다가 결국,
그 느낌마저도 잃어버리게 될 것 같다.
그러나 사진은, 사진과 글, 그림은,
절대 잊히지 않는다. 누군가 그것을 간직하고 있는 한.
잊어서는 안 되는 어떤 이와의 귀중한 추억과 연대는,
그와 함께 한 한 장의 사진만으로 언제든 다시 재현될 수 있다.
사진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함께 한 사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나의 가장 행복했던 날들을 소지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나의 찬란했던 하루를 다시 꺼내어볼 수 있게 잘 간직하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의 귀중한 하루를 기록하자.
시간이 흐르고 여러 해가 지나면, 그때의 기억은 서서히 지워져 가겠지만,
그때의 감정과 연대는, 절대 잊히지 않는다. 함께 한 기록이 있는 이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