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
강소이(2023년 한국문학상 대상 수상 시인)
K 시인과 KW 시인이 처음 만나는 자리
그녀는 두 시인을 따로 알고 있었으나
성씨와 사는 동네, 은퇴 뒤 시를 쓰는 일
공통분모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의사가 금지한 삼겹살과 소주를
앞에 놓고도 지글지글 쳐다만 본다
먹어서는 안 되는 삼겹살을 굽고
마셔서는 안 되는 소주가
네 병이나 비워지는 동안
그들의 젊은 날 이야기는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타올랐고
그녀는 고기를 뒤집으며
시간을 굽고 있었다
대기석에 앉은 젊은 남녀들
벌써 몇 팀은 지쳐 떠나갔다
아들, 딸 같은 아이들은
막잔이 비워지길 기다리며
대기석에서
자신들의 시간을 태우고 있었다
술에 취하고
이야기에 취한 두 노시인
칠십이 넘은 문학의 열정은
불판 위 고기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일어나야 할 때를 아는 것
자리를 내어주는 일.
창에 걸린 보름달은
말없이 하얗게 비추고 있었다
지글지글 타는 불판
기울어지는 술잔
속이 쓰린
그녀의 타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