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이
도서관에서 빌려온 S시인의 시집.
어제 하루 종일 읽다가, 1/3이 남았다.
꽤 유명한 분인데, 나이 드시니 시가 많이 늙어 있다. 젊은 시를 쓰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
W 시인이 평설 원고를 맡기러 오겠다고 한다. 카페에 앉아 원고를 보기 전에 경기도 일산에 있는 화정도서관에 W시인과 함께 다녀오기로 했다. S시인의 시집과 다른 몇 권도 반납할 겸. 반납 날짜가 며칠 남았으니 1/3남은 것도 마저 읽고 나중에 반납해도 되련만... 동행을 해주는 이와 함께 가는 게 좋겠다고 나선 길이다.
반납 후 W시인과 평설 쓸 원고를 검토한 후, 귀가하면서, 문득 후회가 밀려왔다.
일산까지 가서 빌려온 S시인을 너무 쉽게 보냈구나. 다 읽고 보낼 걸....
화정역으로 가는 길은 지하철과 지상철이 골고루 있어서, 전철 차장으로 경기도의 산과 나무들, 아파트들도 구경한다.
인생은 이렇게 달리는 전철과 같아서, 환승하지 않고도 도착할 수 있는 화정도서관을 나는 좋아한다.
마음 쉬고 싶을 때 찾아가, 창가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곤 한다.
혼자 가는 길이면, 전철에서 오갈 때 인터넷으로 엄마집에 호두과자도 보내드리고... 넉넉하게 시간을 쓰며 그 길을 즐긴다.
그런데 나는 오늘, 혼자 가도 되는 전철길을 동행해 줄 이가 나타났다고. 그 김에 S시인을 쉽게 보내드렸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나이 든 그 시인이 더 이상 시집을 내지 못하고 하늘길로 떠난다면...
지난달 일찍 떠난 N 시인은 하늘에서 잘 있을까? 더 이상 시를 쓰지도, 시집을 내지도 못할 N 시인....
전철을 같이 타고 가던 옆자리 낯선 이들이 생생하게 건강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며, 그게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철에서 내리자 부슬비가 오기 시작한다. 전철에서 스쳐 지나간 낯선 이들의 평안과 안녕을 비는 마음이 갑자기 샘솟는다. 일면식도 없던 S시인의 평안도 빌어본다.
서울에 있는, 어느 도서관에라도 그분의 시집이 비치되어 있길 바라며, 며칠 내로 그 시집을 빌리러 가야겠다.
그래서 나도 내 시집이 전국 도서관에 골고루 비치되길 기도한다. 누군가 읽고 싶어 하는 어여쁜 영혼들이 언젠가 꼭 찾아올 것이므로....
몇 년 전 함혜련 시인의 시집이 서울 소재 도서관엔
없고, 포항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었다. "책바다 서비스"로 그녀의 시집을 구해서 읽은 적이 있다.
나와 같은 이가 반드시 또 있을 것이므로...
나는 내 책이 전국 여러 도서관에 소장되길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그래서 때로 기증도 하고, 지인들이 "희망도서"를 신청해서 비치하게 도와주기도 한다. 아마 그동안 내가 출간한 10권의 책들을 도서관에 기증한 것도 몇백 권은 될 것이다. 도서관 서가에 멋진 집 - 강소이 작가의 집을 짓고 있다.
얼마전 화성에 있는 남양도서관에 갔더니, 내 시집들이 나란히 꽂혀 있었다. 도서관 컴퓨터로 "연도별", "연령별"로 책이 얼마나 많이 독자들에게 읽혔는지 통계표를 보면서 또 뿌듯함과 행복감을 느끼며 글 쓰는 달란트를 주신 주님께 감사... 그리고 세상에 복된 글로 보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좋은 기운을 잔뜩 받아오곤 한다.
도서관에 동행해 주는 동지!
햇살이어도 좋고, 부슬비여도 좋고, 친구여도 좋고
건강해서 글을 쓸 수 있고, 책을 낼 수 있고, 도서관에 기증을 할 수 있고..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책을 내는 이들이 평설을 써달라고 찾아오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