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는 할랑가?

알기는 할랑가?

2026. 1. 16.

강소이(25년 한용운문학상 평론 대상 수상)


그 시인의 시집을 발견한 건

어느 주민센터 위층 도서관 서가에서였지

무심히 꺼내어 몇 줄을 읽어보니

알겠더라고

"시가 좋구먼"


그날은 무더운 여름이었지

도서관 입구에 정수기는 있었으나

종이컵조차 없어 목이 탔던 날


타는 목마름은

내 몸이 원하는 수분만을 아니었을 거야


나처럼

배고픈 국문학과를 졸업했다는

7년 연상의 낯선 남자의

배고팠을 시간이 보여서


몇 줄만 읽어도 알 수 있던 그 시인의 생이 보이고,

행간에 스며있는 목마름이 보여서


표지가 근사한 시집을 반납하고

그 시집을 빌려왔었지

손가락만 클릭하면 네이버에서

그 시인의 생이 줄줄줄 풀려나왔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시인의

다른 시집까지 구해서 읽어내며

그 시집을 도서관 반납함에 넣으며


"잘 가서 여러 사람들에게 잘 읽히라"고

인사를 하며 보냈었지


그 시인은 알기나 할랑가?

같은 시대, 같은 하늘 아래

그 시인의 시를 사랑하고 있는

내가 여기 있다는 걸


그대들은 알기나 할랑가?

이 시대, 바람애 떨리는 나뭇잎 하나에도 가슴 저려하고 있는

내가 여기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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