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고 싶은 소중한 가치
난 복잡한 걸 기피하고 간단한 걸 선호한다. 한마디로 단순한 걸 좋아한다는 뜻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복잡한 게 끔찍이 싫었다. 엉킨 실타래를 보는 것처럼 마음이 답답하고 화가 났다. 그것이 생각이든 물건이든 무엇이 되었건.
뒤죽박죽 된 물건을 분류해서 단순화하고 알맞은 위치에 놓아 무질서를 질서 있게 정리하면 기분이 홀가분하고 속이 후련했다.
생각이 많아 피로해지면 글을 쓰면서 머릿속을 정리했다. 지금 하는 생각이 '나에게 도움이 될까.'를 판단 기준으로 삼아 덜어내거나 버렸다. 햇볕을 쬐며 산책하거나 조깅을 하며 기분을 전환했다. 그러면 몸도 맘도 가벼워져 새로운 힘이 생겼다. 한정된 에너지를 관리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박노해의 시 중에 '가면 갈수록'이란 시가 있다.
그중 '가난이 나를 단순하게 만들었다'라는 시구를 좋아한다. 내가 살아온 과정과 현재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기 때문이다. 가난하다 보니 사고 싶어도 가질 수 없었다. 필요한 건 뭐든 한 개, 내 몫이 두 개 이상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 살다 보니 자연스레 본의 아니게 강제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
가능한 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불편하더라도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한다. 소비 한도 내에서 친환경 상품을 구매하고 있으면 좋은 상품도 싸거나 세일한다고 사지 않는다. 물질 소유를 최소화하는 게 환경을 지키고 삶을 단순화하는 방법이라 여긴다. 집도 사는 동안 임시로 거처하는 공간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내 집 마련의 목표' 없다.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분수에 맞게 살다 가면 그만이다.
'진정한 미니멀리스트'는 물질뿐만 아니라 사고도 단순화해 '선택과 집중' 하는 거라 생각한다.
법정스님은 무소유를 실천하신 분이다.
본문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언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법정스님이 거쳐를 옮겨왔을 때 어떤 스님이 방으로 보내준 난 초 두 분을 정성스레 키운 경험에서 무소유의 의미 같은 걸 터득하게 됐다고 하셨다.
법정스님의 말을 빌리면 무하트마 간디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내겐 소유가 범죄처럼 생각된다."
필요이상 가지면 욕심이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나누지 못하면 애당초 가지려 하지 않는다. 사은품도 꼭 필요한 게 아니면 받지 않는다. 가진 것에 만족하고 없으면 그만이다.
주의를 조금 더 기울이면 없어도 괜찮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오늘도 줄다리기를 한다. 소유하고 싶은 욕망과 이 정도는 괜찮아의 경계선에서.
나의 '빈 손' 목표는 대형캐리어 백 하나다. 소유하고픈 욕구를 줄이고 불편함을 감수하며 가진 걸 최소화하고 최소화하다 보면 그 목표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무엇을 더 소유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덜 소유할지 '빼기'에 집중한다. 이 세상과 헤어질 때쯤 캐리어 백 안에 최종적으로 남겨질 물건들이 궁금하다. 그것이 무엇이든 남겨진 자에게 격려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간다'는 말을 머리에 새기고 가슴에 담는다.
잃지 말아야 할 , 지키고 싶은 소중한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