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 두면 쓸모 있는 우리말 맞춤법
우리말 제대로 발음하기, 마냥 쉽지는 않습니다
보통의 한국인이라면 우리글을 읽는 것을 그리 어려워하지는 않을 성싶다. 영어에 비해 우리말은 글자와 소리가 일치할 확률이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말도 글자와 소리가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 한라산 봉우리에 있는 화구호의 이름은 '백록담'이다. 보통의 한국인은 '백록담'이라는 글자를 보고 '[뱅녹땀]'이라고 소리 낸다. 글자와 소리가 다르지만, 일반적인 한국인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표준 발음법에 맞게 발음할 수 있다.
그런데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표준 발음법을 잘 몰라, 잘못 발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학생들이 자주 틀렸던 몇 가지 경우를 정리해 보겠다. 잘 기억해 두면 우리말을 제대로 발음하는 데 꽤 도움이 될 터이다.
'의'라는 글자를 어떻게 소리 낼지 한번 생각해 보시라. '의'가 소리 나는 양상은 세 가지이다. 첫 번째, 단어의 첫음절 '의'는 [의]로 발음한다. 이 상황에서 '의'를 잘못 발음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리라 생각한다.
의사[의사] 의미[의미] 의적[의적]
둘째, 자음을 첫소리로 가지고 있는 음절의 'ㅢ'는 [이]로 발음한다.
희망[히망] 유희[유히] 늴리리[닐리리] 귀띔[귀띰] 보늬[보니]
'희망'이나 '유희'를 소리 내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늴리리'에서 약간 멈칫할 수 있는데, '늴'이 '자음을 첫소리로 가지고 있는 음절의 'ㅢ'에 해당하므로 [닐리리]라고 소리 내면 된다. '귀띔'은 흔히 [귀뜸]으로 잘못 소리 낸다. [귀띰]이라고 발음해야 표준 발음법에 들어맞게 된다.
셋째, 단어의 첫음절 이외의 '의'는 [이], 조사 '의'는 [에]로 발음함도 허용한다. 무슨 말인지 알쏭달쏭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주의[주의 / 주이] 의의[의의 / 의이] 강의의[강의의 / 강의에 / 강이의 / 강이에]
조사 '의'를 [에]로 발음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해서, 글을 쓸 때 조사 '의'를 '에'로 써서는 당연히 안 된다. 그런데 학생들은 종종 실수한다. '너의 말은 한마디도 못 믿겠다'라고 써야 할 것을 '너에 말은 한마디도 못 믿겠다'라고 쓴 글을 자주 보았다. 또 학교 축제 슬로건이 '성(誠)·신(信)·의(義) 축제'였는데, 이를 [성신에 축제]라고 말하는 경우도 보았다. '의'가 조사가 아니므로, [성신의 축제]라고 해야 맞다.
다음으로 겹받침이 있는 단어들이 어떻게 소리 나는지 살펴보자. 겹받침이 있는 우리말 단어를 맞게 소리 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좀 복잡하다. 단순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단은 현행 표준 발음법을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먼저 어말 또는 자음 앞에서 겹받침이 소리 나는 양상을 살펴보자.
이런 상황에서 'ㄳ', 'ㄵ', 'ㄼ, ㄽ, ㄾ', 'ᄡ'은 다음 예와 같이 앞의 자음을 발음한다.
넋[넉] 넋과[넉꽈] 앉다[안따] 여덟[여덜] 넓다[널따]
외곬[외골] 핥다[할따] 값[갑] 없다[업:따]
예외가 있는데, '밟-'은 자음 앞에서 [밥]으로 발음한다. 즉, 뒤의 자음을 발음한다.
밟다[밥:따] 밟소[밥:쏘] 밟지[밥:찌] 밟는[밥:는→밤:는] 밟게[밥:께] 밟고[밥:꼬]
또 '넓-'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넙]으로 발음한다. 즉, '넓'으로 표기된 파생어나 합성어의 경우에 뒤의 자음을 발음한다.
넓-죽하다[넙쭈카다] 넓-둥글다[넙뚱글다] 넓-적하다[넙쩌카다]
'넓다'를 [넙따]로, '핥다'를 [핟따]로 소리 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의 유명한 구절 '사뿐히 즈려밟고'는 [즈려밥꼬]라고 발음해야 표준 발음법에 들어맞게 된다. [즈려발꼬]라고 발음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듯하다. 한 가지 더. '밟-'은 자음 앞에서 [밥]으로 발음하지만, '밟히다'의 경우 그렇지 않다. [발피다]라고 발음해야 한다. 'ㄼ' 중 앞 자음을 발음하고 'ㅂ'을 'ㅎ'과 합쳐 [ㅍ]로 발음해야 옳다. 이에 관한 것은 표준 발음법에 따로 규정되어 있다. 규정을 세세히 따지려면 머리가 아플 테니, '밟히다'는 [발피다]라고 발음한다고 알아두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듯하다.
어말 또는 자음 앞에서 앞의 자음을 발음하는 경우와는 달리, 'ㄺ, ㄻ, ㄿ'은 다음 예와 같이 뒤의 자음을 발음한다.
닭[닥] 흙과[흑꽈] 맑다[막따] 늙지[늑찌] 삶[삼:] 젊다[점:따]
읊고[읍꼬] 읊다[읍따]
그런데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용언의 어간 말음 'ㄺ'은 'ㄱ' 앞에서 [ㄹ]로 발음하는 것이다.
맑게[말께] 묽고[물꼬] 얽거나[얼꺼나]
'맑다', '늙지'를 [말따], [늘찌]로 발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읽다', '읽습니다'는 [익따], [익씀니다]라고 발음해야 옳다. 또한 '읊고', '읊다'를 [을꼬], [을따]로 소리 내면 표준 발음법에 어긋나게 된다. '맑-'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오늘은 날씨가 맑습니다'의 경우는 [막씀니다]이지만, '내일은 날씨가 맑겠다'의 경우는 [말껟따]이니 말이다. 똑같은 '맑-'이지만 뒤에 어떤 자음이 오느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 너무 복잡하긴 하다.
이제 겹받침 다음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올 경우 살펴보아야 한다. 겹받침 다음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올 경우, 겹받침이 소리 나는 양상은 두 가지이다. 조사나 어미, 접미사와 같이 의미가 없는 말들과 결합하는 경우에는 뒤의 것만을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하는 것이 그 첫 번째이다.
넋이[넉씨] 앉아[안자] 닭을[달글] 젊어[절머] 핥아[할타]
읊어[을퍼] 값을[갑쓸] 없어[업:써]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에서 [달기]라고 발음해야 맞다. [다기]라고 하면 표준 발음법에 어긋나게 된다. '통닭을 튀겨 먹자'의 경우에도 [통달글]이라고 해야 옳은 발음인데, 이렇게 발음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듯하다. 소리 내기가 너무 어렵다. '흙에 살리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흘게]라고 발음해야 한다.
겹받침 뒤에 의미가 있는 모음으로 시작하는 말이 연결되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발음 나는 자음 하나만을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하는 것이 겹받침이 소리 나는 두 번째 양상이다.
넋 없다[너겁따] 닭 앞에[다가페] 값어치[가버치] 값있는[가빈는]
'노란 닭이 까만 닭 위에 앉아 있는 흰 닭에게 다가갔다'라는 문장에서는 각각 [달기], [다귀에], [달게게]라고 소리 내야 한다. 또 '흙에서 태어나 흙과 함께 살다가 흙으로 돌아갔다'에서는 각각 [흘게서], [흑꽈], [흘그로]라고 소리 내야 표준 발음법에 들어맞는다.
또 학생들은 '구개음화'와 관련한 발음을 자주 틀렸다. '구개음화'란 구개음이 아닌 자음이 구개음으로 발음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즉, 구개음이 아닌 'ㄷ'과 'ㅌ' 뒤에 모음 '이'나 '히'가 결합되면 다음과 같이 구개음 [ㅈ] 또는 [ㅊ]로 발음된다.
곧이듣다[고지듣따] 굳이[구지] 미닫이[미다지] 땀받이[땀바지] 밭이[바치]
굳히다[구치다] 닫히다[다치다] 묻히다[무치다]
그런데 학생들은 구개음화해서 발음하지 말아야 하는 경우에도 구개음화하여 발음하는 경우가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끝은'을 들 수 있다. '끝은'은 'ㅌ' 다음에 '이'나 '히'가 결합되지 않았으므로 구개음화를 적용하지 말고, [끄튼]이라고 소리 내어야 한다. 헌데 많은 학생들이 [끄츤]이라고 소리 내었다. 정확히 통계를 내보지는 않았으나, [끄츤]이라고 소리 내는 학생이 더 많았던 듯싶다. '끝이'의 경우에는 구개음화를 적용하여 [끄치]라고 소리 내는 게 맞지만, '끝은', '끝을'의 경우에도 구개음화를 적용하지 말고 [끄튼], [끄틀]이라고 소리 내어야 표준 발음법에 들어맞는다.
'ㄹ'과 관련한 발음도 학생들이 자주 틀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ㄹ'과 관련해서는 이렇게 기억하면 좋다. 'ㄹ'이 'ㄴ' 이외의 자음을 만나면 'ㄹ' 자신이 [ㄴ]로 소리 나고, 'ㄹ'이 'ㄴ'을 만나면 'ㄴ'을 [ㄹ]로 소리 나게 한다. 글로 써 놓으니 복잡해 보이는데, 다음 예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터이다.
담력[담:녁] 침략[침냑] 강릉[강능] 대통령[대:통녕]
막론[막논→망논] 백리[백니→뱅니] 협력[협녁→혐녁] 십리[십니→심니]
난로[날:로] 신라[실라] 천리[철리] 광한루[광:할루] 대관령[대:괄령]
칼날[칼랄] 물난리[물랄리] 줄넘기[줄럼끼] 할는지[할른지]
학생들은 종종 '천리'를 [천니]로, '대관령'을 [대관녕]으로 발음했다. 'ㄹ'이 'ㄴ'을 만났으니 'ㄴ'을 [ㄹ]로 바꾸어 소리 내는 게 표준 발음법에 들어맞는다. 그런데 똑같은 상황인데도 'ㄹ'을 [ㄴ]로 발음해야 표준 발음법에 부합하는 경우도 있어서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다음과 같은 경우이다. '의견'에 '란'이 붙어 만들어진 단어를 [의결란]이라고 발음한다면, 단어가 가지는 본래의 의미를 훼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의견란[의견난] 임진란[임진난] 생산량[생산냥] 결단력[결딴녁] 공권력[공꿘녁]
동원령[동원녕] 상견례[상견녜] 이원론[이원논] 입원료[이붠뇨] 신문로[신문노]
수업 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학생들은 머리를 쥐어뜯는다. 너무너무 복잡하단다. 또 도대체 누가 이런 규정(문법)을 만들었냐고 푸념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이야기해 주곤 했다. "문법이 먼저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문법에 따라 말하는 게 아니고,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는지 살펴보고 그것을 정리해 놓은 게 문법이다"라고. 우리 삶이 하도 복잡해서 문법이 복잡해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