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 보낸 한평생
하브루타 수업합시다: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
오직, 어떻게 하면 ‘일타 강사’처럼 수업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강의식·설명식·일제식 수업의 최고수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주로 ‘일타 강사’들의 인강 강의를 보며 그들의 강의 기법을 흉내냈습니다. 결과는? 아주 좋았습니다. 만족스러웠습니다. 학생들이 제 수업을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재미있다고 했습니다. 어떤 학생은 “지루하고 딱딱하고 재미없는 국어 문법 수업도 선생님하고 하면 좋아요. 재미있어요. 내년에도 가르쳐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우쭐했습니다. ‘이 지역의 국어 일타 강사는 바로 나야, 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2015년, 중간고사 후 고3 수업.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교육과정의 편성 과목(아마도 ‘화법과 작문’이었던 듯합니다.)과 상관없이 수능 특강 문제집을 침을 튀기며 미친 듯이 풀어주고 있었습니다. ‘일타 강사’에 빙의해서……. 문득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1/3은 자고, 1/3은 다른 공부를 하고 있고, 겨우 1/3만 제 수업을 듣고 있었습니다. 아니 제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은 1/3은 되리라고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해도 상황이 특별히 다르지 않았을 터인데, 왜 그제서야 그런 상황을 인식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요즈음 말로 ‘현타’가 왔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재미있게 수업을 하는데, 왜 다른 공부를 하고 있고, 왜 잠을 자고 있지?’라는 의문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1/3은 이미 수능 특강 문제집을 거의 다 푼 학생들이고, 1/3은 수능 특강 문제 풀이 수업을 들어도 잘 이해할 수 없는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동안은 제가 그런 학생들을 애써 외면했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다른 수업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혼자 일방적으로 막 떠들지 않고 학생들이 떠들게 하는 수업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이미 수많은 방법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학생 활동 수업’, ‘학생 참여 수업’, ‘배움 중심 수업’이라는 이름으로 말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찾아 접해본 수업 방법은 ‘거꾸로 수업’이었습니다. 접하자마자 ‘아 이런 방식의 수업은 나는 할 수 없겠네.’라고 생각했습니다. 수업 내용에 관한 영상을 만들어 수업 전에 학생들에게 미리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저는 영상을 만드는 방법을 잘 몰랐기에, 바로 포기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배움의 공동체’ 수업에 관해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혁신학교에서 이 방법으로 꽤 알찬 성과를 거두고 있었습니다. 한번 해보자 싶은 마음에 관련 책을 여러 권 사서 읽었습니다. 결론은? ‘아, 이것도 힘들겠구나.’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해한 바로 ‘배움의 공동체’ 수업은 기본적으로 교실 책상 배치를 ㄷ자로 해야 했습니다.(물론 이는 저의 오해일 수도 있겠습니다.) 만약 저만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한다면 제 수업 시간에는 책상을 ㄷ자로 배치했다가, 다른 선생님 수업 시간에는 평소와 같이 다시 배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아니면 다른 선생님들에게 다 함께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하자고 설득해야 했습니다. 그 어느 것도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포기했습니다.
‘배움 중심 수업은 참 어려운 거로구나.’라는 생각에 낙담하고 있을 때, 아주 우연히 ‘하브루타’를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점은 특별한 준비 없이도 소위 말하는 ‘배움 중심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하브루타에 관한 책 몇 권을 읽고 나서, 2016년부터 무작정 하브루타 수업을 했습니다. 그때도 고3을 맡았었습니다. 수능 특강 문제집을 풀어주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하브루타 수업을 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진짜 하브루타 수업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제가 하브루타 수업이라고 믿는 방식대로 수업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설명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설명하도록 했습니다. 설명을 들은 학생들에게 궁금한 점이 있으면 설명한 학생에게 질문을 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마지막에 부족한 부분만 제가 보충 설명을 했습니다. 학생들이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을 보았습니다.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가 강의식으로 수업한 지난해와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용기를 내어 하브루타 수업을 계속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의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쓰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의 발표와 질문을 최대한 살려서 기록하면 세특은 자연스럽게 쓸 수 있었습니다. 2017년에도 고3을 맡아 수업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브루타 수업을 활용하여 수능 특강 문제집을 풀었습니다. 그러나 문제집 풀이 수업에서 하브루타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과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여 2018년에는 자원하여 1학년을 맡았습니다. 제대로 된 하브루타 수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해 1학년 국어 과목은 3명이 담당했습니다. 학년 초 교과협의회를 통해 각자의 방식대로 수업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저는 하브루타 수업, 다른 한 분은 전통적 수업, 또 다른 한 분은 배움 중심 수업과 전통적 수업을 절충한 방식의 수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수업하는 데에 대한 걱정이 약간 있었으나 정기고사 문제를 출제할 때 최대한 공통분모를 찾아 출제하여 문제점을 해결하기로 하고 진행했습니다. 중간고사를 치른 결과 다행히 각 학급의 평균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3명이 자기 방식대로 1년 내내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정기고사를 치를 때마다 각 학급의 평균을 유심히 점검해 보았습니다. 매 시험에서 각 학급의 평균은 비슷했습니다. 배움 중심 수업이 학생들의 학력을 크게 신장시키지도 못하지만, 학력을 크게 떨어뜨리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우리나라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교사가 설명하고 학생은 수동적으로 수업을 듣는 강의식 수업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효율성 측면에서 강의식 수업은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그 어떤 수업 방식보다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강의식 수업에서 학생의 역할은 너무나 미미합니다. 수동적 존재가 되고 맙니다. 또 강의식 수업에서는 교사가 ‘이게 정답이야.’, ‘이렇게 생각하는 게 맞아.’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어서 학생들이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막게 됩니다. 점점 복잡해지는 세상을 살아가려면 다양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할 터입니다.
수업 방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말입니다. ‘거꾸로 수업’도 좋고, ‘배움의 공동체’ 수업도 좋고, ‘하브루타’ 수업도 좋습니다. 어떻게 하면 학생을 수업의 중심에 놓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야 학교가 활기를 띠게 될 것입니다.
여전히 하브루타 수업을 하고 있는 지금, 강의식 수업을 할 때에 비해 수업 시간이 훨씬 즐겁습니다. 물론 늘 수업이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잘 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브루타 수업을 하면 학생들이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하고 발표를 합니다. 하브루타 수업은 학생을 능동적으로 만드는 수업입니다. 하브루타 수업을 하면 교실이 시끌시끌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브루타 수업은 특별한 준비 없이 할 수 있는 배움 중심 수업입니다. 수업을 바꾸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시작하면 됩니다.
제가 한 하브루타(Havruta) 수업, 누구나 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