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츄핑 인형이 없어져서 어젯밤에 눈물 바람을 했다더니, 그것 때문인지 손녀딸은 일찍 잠이 깼다. 얼른, 어제 우리 차에 놓고 내린 세라믹 재질의 하츄핑 인형을 가지고 와 손에 쥐어 주었다. 그걸 손에 꼭 쥐고 잠이 드는 줄 알았는데 이내 잠에서 깬다.
할 수 없이 거실로 데리고 나왔다. 7시 21분이다. 평소보다 일찍 깨어 몸 상태가 안 좋은지, 밥을 절반밖에 먹지 않았다. 콧물이 계속 나고 가끔 기침을 한다. 손녀딸에게, 어린이집 끝나고 병원에 가자고 했더니 아침에 가겠단다. 그러지 말고 어린이집 끝나고 병원에 가는 게 더 좋지 않겠냐고 하니까, 갑자기 어린이집이 무섭다며, 먼저 병원에 가자고 한다. 그렇다면 어린이집에 가기 전에 병원에 가야 한다.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손녀딸이 아내에게 아내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한다. 아내가 보성 녹차 밭에 갔다가 벌에 쏘인 이야기를 해 주면서, 벌에 쏘였을 때 바르는 약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손녀딸이 "된장?"이라고 답해서 아내와 나의 웃음보가 터졌다. 내가 집에서 벌에 쏘인 이야기를 해 주면서, 약이 없어서 벌 쏘인 부위에 된장을 발랐다는 이야기를 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병원에 도착했다. 손녀딸이 놀이터처럼 편안하게 생각하는 병원이다. 키와 몸무게를 쟀더니 키는 97.4cm, 몸무게는 15.3kg이다. 할머니가 읽어 주는 책을 들으며 진료를 기다리는데, 간호사가 진료실 앞에서 대기하라고 안내했다. 손녀딸이, 아내가 읽어 주던 책을 가지고 가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하고 나와 진료실 앞으로 갔다. 아내는 손녀딸과 함께 있던 자리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진료실 앞에서 내가 손녀딸에게 책을 마저 읽어주겠다고 하자 손녀딸이 말했다. "아냐, 할머니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읽어 줘야 해." 목소리가 아름답지 않은 나는, 하릴없이 아내를 불렀다.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은 콧물과 가래가 약간 있고 목도 좀 부었다고 했다. 약 처방을 해 주면서, 손녀딸에게 단백질과 야채를 많이 먹이라고 한다. 키가 크는 속도보다 몸무게가 느는 속도가 더 빠르다며 탄수화물은 적게 먹이고 두부, 계란, 고기 등의 단백질을 많이 섭취시키라고 한다. 과일에도 탄수화물이 많으니 적당히 먹어야 한단다. 손녀딸 아침 식사 메뉴를 바꿔야 하나 보다.
약국으로 가 약을 타서,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9시 55분, 등원을 마쳤다. 늦은 등원이다.
손녀딸 하원을 위해 3시쯤 집에 왔더니, 딸내미가 집에 와 있다. 기침할 때마다 갈비뼈가 너무 아파 조퇴하고 병원에 갔다 왔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갈비뼈에 실금이 간 것 같은데 엑스레이상에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했단다. 약을 먹으면서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약을 먹고 딸내미의 갈비뼈가 조금이라도 덜 아프기를 빌어 본다.현대 의학이 힘을 발휘하리라 믿어 본다.
딸내미가 손녀딸을 하원시키겠다고 한다. 우리 차에 있는 손녀딸의 애착 인형 '보노'를 챙겨 주러 딸내미와 함께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손녀딸이 등원할 때 데리고 갔다가, 어린이집에는 데려갈 수 없으니 우리 차에 놓아둔 것이다. 손녀딸은 '보노' 없이는 잠들 수 없으니 '보노'를 안 챙겨 주었다간 한밤중에라도 갔다 주어야 할 판이다. '보노' 챙겨 주는 걸 잊지 않은 나를 칭찬한다.
'보노'를 딸내미에게 넘겨주었다, 딸의 차가 출발했다. 3시 15분이다. 오늘은 뜻하지 않게 퇴근이 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