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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07> 2024. 9. 27.(금)

by 꿈강

<타임 라인>

-6시 28분: 딸네 집 도착

-8시 13분: 손녀딸 깨워 거실로 데리고 나옴.

-9시 30분: 등원


-15시 40분: 어린이집 도착(only 아내)

-15시 55분: 하원(only 아내)


<아침 메뉴>

소고기 뭇국에 만 밥, 호박죽, 멸치 볶음, 한 입 크기 사과와 배




잃어버렸던 하츄핑 인형을 찾았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온 데를 다 뒤졌는데 못 찾아서 어떡하나 하고 심란해하던 차였다. 딸내미에게, 어떻게 찾았냐고 물어보았다. 딸내미가, 손녀딸에게 어디에 두었는지 잘 생각해 보라고 하자 손녀딸이 장난감을 넣어두는 상자를 뒤져 찾았다고 한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 아무튼 결자해지요, 해피 엔딩이다.


의사 말이 무섭긴 무섭나 보다. 어제 감기 때문에 들른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손녀딸 키 크는 속도가 몸무게 느는 속도에 비해 느리다며 단백질과 야채를 많이 먹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었다. 아침밥을 먹일 때, 소고기 뭇국에서 고기와 무를 주로 건져 손녀딸에게 먹이게 된다. 손녀딸은 또래에 비해 크지도 작지도 않다. 할아버지 마음으로는 또래 중에서 키도 우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 엄마하고 아빠가 큰 편이니 손녀딸도 키가 훌쩍 클 것이라고 믿는다. 결국 모든 것은 디엔에이(DNA)의 작용이라 하지 않는가.


손녀딸이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등원 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밥을 다 먹었기에 감기약을 먹어야 했다. 어제 처방받아온 감기약을 약병에 담아 건네주니, 조막만 한 손으로 약병을 열심히 흔든 다음 잘 먹는다. 약을 다 먹으면 약병에 물을 담아달라고 한다. 손녀딸의 약 먹는 루틴이다.


어린이집에서 체육 활동을 하는 날이라 바지를 입어야 한다. 손녀딸은 긴 원피스 마니아이지만 체육 활동하는 날에는 군말 없이 바지를 입는다. 정해진 규칙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아내가 서둘러 옷을 입히고 양치질시킨 다음 쉬를 하라고 변기에 앉혔다. 손녀딸이 쉬를 하면서 갑자기 '아빠가 보고 싶어.'라고 한다. 어제 아빠를 보지 못하고 잠들었나?


어린이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손녀딸과 아내의 역할 놀이가 한창이다. 손녀딸이 '엄마'고 아내가 '아가'다. 재구성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아가(아내): 엄마, 저 심심해요. 어디 재미있는 데 간다면서요? 프로맘(영어 키즈 카페) 가요.

엄마(손녀딸): 오늘 프로맘은 없단다. 우리 근데 신발 가게는 어때?

아가(아내): 신발 가게 좋아요. 신발 가게 가서 어떤 거 사 줄 거예요? 엄마가 용돈으로 신발 사 줄 거예요?

엄마(손녀딸): 그런데, 오늘은 어, (기침을 하며) 너무 기침이 나서 못 사준단다.

아가(아내): 그러면 언제 사 줘요? 기침이 나서 못 사 줘요? 엄마, 돈 아까워서 그러는 거 아녜요? 사 주세요. 사 주세요.

엄마(손녀딸): 안 돼. 그런데 이 사탕은 어때? 사탕 두 개 사면 좀 더 많아지잖아.

아가(아내): 그럼, 신발은 안 사 줄 거예요.

엄마(손녀딸): 신발은 이미 신고 있잖니.

아가(아내): (손녀딸이 신은 신발을 가리키며) 이렇게 예쁜 신발은 없다구요. 이렇게 예쁜 신발 갖고 싶다구요.

엄마(손녀딸): 하지만 거기에는 이런 신발은 없단다.

아가(아내): 그래요? 그럼 나는 크리스마스 될 때까지 기도할게요. 그때는 엄마가 용돈으로 사 주세요.

엄마(손녀딸): 응.

아가(아내): 그래요, 꼭꼭 약속해요.

엄마(손녀딸): 응.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어요.

아가(아내): 와, 그럼 신발 사 주세요.

엄마(손녀딸): 어, 그런데 신발 가게가 문을 안 열었단다.


결국 손녀딸은 끝끝내 신발을 사 주지 않았다. 제 용돈을 써야 하는 게 못내 아까운 것이다. 얼마 전까지 자기 용돈으로 뭐든지 사 주겠다는 공약을 남발하더니 말이다. 딸내미 말에 의하면, 손녀딸이 이제 자기 용돈 아까운 줄을 안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뭐든지 빠르다.




오늘은 내가 충주에서 저녁 모임이 있는 날이다. 손녀딸 하원은 오롯이 아내 몫이다. 아내에게, 좀 일찍 어린이집에 가라고 했다. 늦게 가면 주차할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밤 10시쯤이 될 듯하다. 손녀딸은 꿈나라 여행 중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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