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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강 Oct 09. 2024

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11> 2024. 10. 08.(화)

<타임 라인>

-6시 30분: 딸네 집 도착

-손녀딸 이미 깨어 있음.

-8시 50분: 등원 완료


-15시 50분: 어린이집 도착

-1555분: 하원

-16시 30분: 스콜라 몬테소리 도착




딸네 집에 도착해 보니, 어제와 마찬가지로 손녀딸은 이미 깨어 있었다. 어제는 안방, 제 엄마 곁에 앉아 있더니 오늘을 거실 창가에 앉아 인형들과 놀고 있다. 잠을 푹 자야 할 텐데, 이틀 연속 너무 일찍 일어났다. 할머니한테 코를 닦아 달라고 하더니 계속 혼자 인형들 사이에 앉아서 논다.


  너무 심심해 보여 책을 읽어 주겠다고 했더니, 책 한 권을 빼 와 냉큼 내 무릎에 올라앉는다. 그러는 사이 딸네 부부가 출근 준비를 마치고 손녀딸에게 다녀오겠다는 말을 건넸다. 손녀딸은 내 무릎에 앉은 채, 손을 흔들어 바이 바이만 한다. 사위가 손녀딸에게 가까이 와서 뽀뽀해 달라고 하니 그제야 일어서더니, 약간 거리를 두고 손 뽀뽀를 날린다. 손녀딸의 손 뽀뽀 배웅을 받으며 딸내미와 사위는 출근길에 나섰다.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숲 체험을 가는 날이다. 체육복을 입혀 보내 달라는 안내를 받은 터다. 손녀딸은 어린이집 체육복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딸내미가 손녀딸과 함께, 오늘 입고 갈 바지와 티셔츠를 미리 골라 놓았다. 아내가 그 옷을 가지고 나와 입히려고 하자, 손녀딸이 "조금만 더 놀고."라고 한다.


  한동안 아무 군말 없이 아내가 입혀 주는 옷을 잘 입었는데, 오늘 좀 이상하다. 컨디션이 안 좋거나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심사가 뒤틀린 게 틀림없다. 조금 시간을 두었다가 다시 옷을 입혔다. 머리를 간신히 끼우고 팔을 끼우려는데 "불편해! 불편해!"라고 외친다. 이러면 어쩔 도리가 없다.


  입히던 옷을 벗기고 다른 옷을 가져왔다. 손녀딸이 그리 좋아하지 않는 어린이집 체육복이다. 아내가 "이거 입을래?"하고 물으니, 자기는 체육복을 좋아했다며 그러겠단다. 손녀딸이 체육복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체육복을 입으면서도 팔을 끼기가 불편하다면 투정을 약간 부렸다.


  아내가 손녀딸에게 뭐라고 한 것 같다. 손녀딸이 갑자기 나에게 딱 달라붙는다. 자기 손가락으로 내 볼을 콕콕 찌르는 장난을 치더니, 제 뺨을 내 뺨에 갖다 대는 등 애정 공세다. 이 틈을 타 손녀딸과의 코 비비기도 몇 번 성공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손녀딸과의 놀이인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내가 코 비비하자고 하면 손녀딸이 한사코 거부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어떤 거부권도 행사하지 않는다. 할아버지와의 밀착을 도모하는 중이다.


  옷 입는 과정에서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대체로 무난하게 등원 준비를 마쳤다. 차에 올라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8시 50분이다. 손녀딸이 일찍 일어난 만큼 등원이 렀다.



  

  3시 30분 좀 넘어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손녀딸 어린이집에 좀 일찍 도착하기 위해서다. 근데 웬걸, 엘리베이터가 말썽이다. 아무리 호출 버튼을 눌러도 지하 1층에서 꼼짝도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지하 주차장까지 계단으로 걸어 내려갔다. 우리 집은 11층이다. 그래도 걸어 올라가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3시 50분이다. 이 시간이면 주차장에 차 댈 곳이 없는 경우가 태반인데 오늘은 주차할 공간이 두세 군데 보인다. 날씨가 좋아 차를 가지고 오지 않은 학부모들이 많은가 보다.


  5분쯤 뒤 손녀딸이 쫄랑쫄랑 나온다. 무표정하다. 아침에 그렇게 일찍 일어나고 숲 체험까지 갔다 왔으니 피곤해서 그러지 싶었다.


  논스톱으로 어린이집 문 밖으로 나온 손녀딸은, 할머니가 안아 주자마자 뒤로 벌렁 눕는다. 아내가 힘에 부칠 듯하여 내가 손녀딸을 안았다. 여전히 뒤로 누워 일어나지 않는다. 억지로 앉힌 다음 신발을 갈아 신기니, 어린이집 옆 놀이터에 가겠단다.

 

  그래서 놀이터로 데려갔더니, 미끄럼을 두 번 타더니 이제 보노한테 가겠다며 주차장 쪽으로 뛰어간다. 손녀딸이 오늘 아침에 애착 인형 보노를 차 안에 놓아두었는데 갑자기 그게  생각난 모양이다. 피곤하긴 한가 보다 싶어, 얼른 안아 차에 태웠다.


  오늘은 스콜라 몬테소리에서 몬테소리 교육을 는 날이다.  스콜라 몬테소리에 도착하니 시간이 좀 남았다. 같은 건물에 있는 가게에 들렀다. 젤리를 두 봉지 사겠단다.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하나는 함께 교육을 받는 친구에게 주겠단다. 아내도 나도 젤리를 못 사게 했는데 마지막에는 내가 안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젤리 두 봉지를 슬그머니 내려놓는다. 그러고는 가게 한 켠으로 가더니 뭐라고 종알거린다. 가만히 들어 보니, 자기는 뭐도 안 하고 뭐도 안 먹겠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손녀딸이 토라졌을 때 내뱉는 말이다. 삐졌다. 특히 나한테. 할아버지 때문에 젤리를 사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제 할머니만 졸졸 따라다닌다.


  그러더니 흰 콩이 담겨 있는 봉지를 톡톡 치며 이게 뭐냔다. 내가 설명을 하려고 하자, 이런다. "아냐, 할머니한테 얘기 들을 거야." 아침에 아내가 한소리했을 때는 나한테 딱 붙어 그렇게 애정 공세를 퍼붓더니만...... 우리를 들었다 놨다 한다.


  손녀딸의 나에 대한 앙금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가게에 들어오기 전, 노점에서 머리카락이 길게 붙어 있는 티니핑 머리핀은 샀었다. 머리핀을 해 보라고 해도 어쩐 일인지 마다하고 손에 꼭 쥐고 가게 안을 돌아다녔다.


  아내가 가게에선 산 물건들을 계산대에 올려놓자 손녀딸이  그 티니핑 머리핀을 들어 보이며, "이것도 삐 해 줘."라고 말했다. 손녀딸이 '삐' 해 달라는 건 물건 값을 계산해 달라는 얘기다. 티니핑 머리핀은, 노점에서 샀기에 계산할 때 '삐' 소리 없이 계산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손녀딸은, 그 티니핑 머리핀이 아직 계산되지 않은 줄 알고 그렇게 손에 쥐고만 다녔나 보다. 머리에 꽂아 보고 싶은 걸 꾹 참고 말이다.


  그거 이미 '삐' 한 거라고 내가 말하자, "정말?"이라며 좀 의아한 표정이다. '삐' 소리가 나야 계산이 된 거로 아는 손녀딸에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가 재차 '삐' 했다고 하면서, "그거 뜯어 줄까?"하고 물었더니, 그렇게 해 달란다. 머리핀 포장지를 뜯어 머리핀을 손녀딸에게 건네 주니, 그걸 제 머리에 꽂고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서 내 손을 슬쩍 잡는다. 그렇게 손을 잡고 몬테소리 교육을 받는 곳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할머니가 읽어 주는 동화책을 듣고 있다가 같이 교육을 받는 친구의 손을 잡고 교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딸내미가 왔다. 5시 20분이다. 이제 퇴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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