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2025. 03. 19.(수)
오늘도 손녀딸은 애착 인형 '보노' 없이 거실로 나왔다. 사흘 연속이다. 7시 20분쯤 '할머니'하고 부르는 소리에 아내와 내가 달려갔다가, 아내는 손녀딸 아침밥 준비하러 다시 나가고 내가 손녀딸 옆에 누웠다. 손녀딸은 눈을 감은 채 '보노' 꼬리에 입술을 문질문질하며 한동안 누워 있었다.
내가 "이제 나갈까?"라고 했더니, '보노'는 젖혀 두고 토끼 인형을 끌어안았다. 손녀딸을 이불로 돌돌 말아 안고 거실로 나왔다. 손녀딸에게 "꼭 누에고치 같네"라고 했더니 "누에고치가 뭔데?"라고 묻는다. 한참 설명을 해 주었더니 "애벌레 같은 거야?"라고 재차 물었다. 그렇다고 답을 한 뒤, 어린이집 등원 준비를 위해 손녀딸 의자에 앉혔다.
어제 저녁밥을 시원찮게 먹었다더니, 손녀딸은 제법 많이 담은, 미역국에 만 밥을 다 먹었다. 아내가 밥과 함께 준비한 과일 한 접시도 다 비웠는데, 바나나와 귤은 더 달라고 해서 더 주었다. 어린이집에 입고 갈 옷은, 어제 제 엄마와 함께 골라 놓은 듯했다. 아내가 그 옷을 가져와, 이거 입고 갈 거냐고 묻자 "응, 예뻐서."란다.
우리 손녀딸은 예쁜 걸 좋아한다. 이제 다섯 살밖에 안 된 아이가 그러는 걸 보면 '예쁨'을 지향하는 건 인간 본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바나나를 먹겠다고 해서, 내가 바나나 하나를 떼어 주려는데 내가 떼려는 것 말고 다른 바나나를 떼어 달라고 했다. 그 바나나가 예쁘다며.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차 안. 손녀딸이 뒷좌석에 혼자 앉아 간다. 그저께부터인가, 손녀딸이 아내에게 앞 좌석에 앉으라고 했다. 혼자 뒤에 앉아 가겠다며. 손녀딸이 그렇게 좋아했던 할머니와의 역할 놀이도 포기하고, 이제 손녀딸은 뒷좌석에 혼자 앉아 어린이집으로 간다. 아내가 틀어준 동요를 들으며. 아는 동요가 나오면 따라 부르기도 한다. 신통하게도 박자를 딱딱 맞춘다. 우리 손녀딸, 쑥쑥 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