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2025. 06. 23.(월)
지난 금요일이 사위가 쉬는 날이었기에 나흘 만에 손녀딸을 보게 되는 날이다. 보고 싶은 마음이 새록새록하다. 여느 때와 같이 6시 30분쯤 딸네 집 안으로 들어가니, 손녀딸은 제 방 침대에서 곤히 잠들어 있다. 어제 제법 일찍 잠이 들었다는데 주말에 1박 2일로 여행을 갔다 온 터라 피곤한 모양이다. 딸내미와 사위는 이내 출근길에 올랐다.
8시가 다 되어갈 때쯤 손녀딸이 '엄마'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가 먼저 손녀딸에게 달려가고 내가 뒤를 따랐다. 손녀딸은 침대에서 일어나 앉은 채 제 할머니에게 주말에 여행 갔다 온 일에 대해 조잘조잘 이야기하고 있었다. 손녀딸의 이야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아주 멋진 곳에 다녀왔다는 것이었다. 손녀딸이 주말을 즐겁게 보냈다고 하니, 내 마음도 덩달아 즐거워졌다.
손녀딸을 안고 거실로 나왔다. 제법 묵직하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손녀딸은 나날이 무거워진다. 손녀딸을 가볍게 들어 올리지 못하는 날이 곧 올 터이다. 그런 날이 가능한 한 늦게 오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특히 근력 운동을. 근력 운동을 시작한 지 일주일째다. 내 건강뿐만 아니라 손녀딸을 번쩍번쩍 들어 올릴 수 있도록 근력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 주여, 이 결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아내가 준비해 준, 손녀딸 아침밥을 먹였다. 손녀딸 요청대로 텔레비전도 틀어주었다. 소고기 뭇국에 만 밥은 몇 숟갈 먹더니 그만 먹겠단다. 아무리 먹으라고 해도 요지부동이다. 입맛이 좀 없나 보다. 다행히 과일은 남김없이 다 먹었다.
손녀딸이 좀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어린이집 등원 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옷 입히고 양치질시키고 선 크림도 발라주었다. 내년쯤에는 손녀딸 스스로 옷 입고 양치질하고 선 크림을 바를까? 기대해 본다. 등원 준비를 다 마쳤기에 손녀딸에게, 이제 텔레비전 끄고 어린이집에 가자고 했더니 조금만 더 보겠단다.
내가 두 번 더 말하고 나서야 손녀딸은 텔레비전 끄는 데 동의했다. 그래서 내가 리모컨을 눌러 텔레비전을 껐다. 순간, 손녀딸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순돌이가 끄려고 했는데..."라고 말하며. 아차 싶었다. 얼른 다시 텔레비전을 켰다. 리모컨을 손녀딸 손에 쥐어 주었다. 손녀딸이 리모컨 단추를 꾹 눌러 텔레비전을 껐다. 짜증을 내며 앙앙 울까 걱정했는데, 무사히 잘 넘어갔다. 위기일발의 순간이었다.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손녀딸은 실내화로 갈아 신었다. 이제는 손녀딸 스스로 신고 온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넣고 실내화를 꺼내 신는다. 손녀딸이 많이 컸다는 방증이다. 아내가 손녀딸을 꼭 안고 기도를 올린다. 손녀딸은 할머니에게 폭 안긴 채 가만히 있는다. 참 보기 좋은 광경이다. 할머니의 기도를 들은 손녀딸은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자기 몸집만 한 낮잠 이불을 든 채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