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70> 2025. 8. 17.(일)

by 꿈강

내일은 중학교 교사인 딸내미의 개학 날이다. 이 말은 곧 우리 부부의 방학이 끝났다는 이야기이다. 새벽 5시 20분에 일어나야 직장이 멀어 6시 30분쯤 출근하는 딸네 부부의 시간을 맞출 수 있다. 오늘 하루 잘 쉬면서 몸과 마음의 상태를 조절해야 한다. 딸내미 겨울 방학 때까지 약 4개월 동안 손녀딸을 차질 없이 돌보려면 말이다. 손녀딸을 돌보느라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우리 부부의 노화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춰주리라는 믿음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딸과 함께하는 삶이 우리 부부에게 주는 부수 효과라고 생각한다.


그저께 딸네 식구와 우리 부부가 함께했다. 딸네가 같은 도시 내 다른 동네로 이사를 생각하고 있는데 매물로 나온 몇 집을 함께 보러 가기 위해서였다. 몹시도 무더운 날이었다. 손녀딸이 무더운 날씨에 손녀딸 입장에서는 재미도 없는 집 구경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 점을 염려한 딸네 부부가 손녀딸에게 집 구경을 잘하면 장난감을 사 주겠노라고 말해 놓은 덕분인지 손녀딸을 첫 번째 집 구경을 아주 훌륭히 마쳤다. 손녀딸은 집 구경을 하기보다는 그 집에서 숨바꼭질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말이다. 이미 이사를 나가 빈 집인지라 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집을 보기 위해 같은 단지 내 다른 동에 있는 아파트로 이동하는데 아파트 내 놀이터가 눈에 띄었다. 손녀딸은 "놀이터네."라는 말만 했다. 놀이터에서 놀고 싶은 눈치가 역력했지만 집 구경을 잘하면 장난감을 사 주겠다는 엄마, 아빠의 말을 떠올렸는지 놀이터에 놀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나서, 손녀딸과 놀이터에서 놀고 있을 테니 집을 보고 오라고 했다. 손녀딸의 좋아라 하며 놀이터로 뛰어갔다. 아주 더운 날인지라 놀이터에는 손녀딸과 나 이외엔 아무도 없었다. 손녀딸은 놀이터의 모든 놀이 기구를 독점하며 재미있게 놀았다. 그러는 손녀딸을 쫓아다니는 내 온몸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한동안 열정적으로 놀던 손녀딸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더운지, 그늘이 드리운 벤치에 가서 앉았다.


잠시 후 집 구경을 마친 딸내미와 아내가 나타났다. 사위는 차를 가지러 갔다고 했다. 다른 단지의 매물을 보러 가야 해서 사위가 차를 아파트 정문 쪽에 대고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대단지 아파트라 정문까지의 거리가 제법 되었다. 손녀딸이 약간 지쳐 보였다. 손녀딸을 업었다. 이십 미터쯤 갔을까.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정말 더운 날씨였다. 갑자기 내 귓등에 뜨거운 열기가 훅 들어왔다. 등에 업힌 손녀딸이 내 귓등에 후후 하며 입김을 불고 있었다. 제 딴에는, 저를 업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할아버지가 안 돼 보인 모양이다. 실제로는 더 더워졌겠지만 손녀딸의 애틋한 마음이 전해진 덕분인지 시원함이 느껴졌고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다음번 집 구경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구경할 집이 있는 13층으로 모두 함께 올라갔다. 내가 손녀딸은 안고 있었다. 아내와 딸과 사위가 먼저 내렸다. 내가 손녀딸을 안고 내리려는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르 닫히면서 내가 엘리베이터 문에 꼭 끼였다. 손녀딸을 안은 채 말이다. 아직 내리지 않은 공인중개사 분이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문은 요지부동이었다. 하는 수 없이 손녀딸을 안은 채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려고 끙하고 힘을 주었다. 문틈에 끼였던 내 몸이 쑥 빠지더니 손녀딸과 나는 다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왔다. 엘리베이터 문은 스르르 닫혔다. 이제 됐다 싶었다. 열림 버튼을 누르면 모든 게 해결되지 않겠는가. 엘리베이터 안에 같이 있던 공인중개사 분이 열림 버튼을 눌렀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분이 1층 버튼을 눌렀다. 버튼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 어떤 버튼을 눌러도 응답이 없었다. 비상벨 버튼도 작동하지 않았다. 그렇게 난생처음 엘리베이터 안에 갇혔다. 하필 손녀딸과 함께.


손녀딸이 내 품에 안긴 채 울기 시작했다.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사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크게 위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어서 엘리베이터 안은 시원하고 쾌적했다. 엘리베이터가 흔들리거나 덜컹거리거나 하지도 않았다. 손녀딸을 갑자기 눈앞에서 엄마와 아빠가 사라지자 놀란 듯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엘리베이터 안 상황을 딸네 부부에게 전해 주었어야 했다 싶은데 그때는 그럴 경황이 없었다. 손녀딸이 하도 울어서 말이다. 나중에 보니 딸도 나에게 계속 전화를 했었다. 안 그렇겠는가. 손녀딸의 울음소리가 엘리베이터 밖으로 새어나갔을 테니까. 손녀딸에게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여주라고 전화했다고 한다. 그랬으면 오죽 좋았겠느냐마는 그때는 전화가 온 줄도 몰랐다. 우는 손녀딸 달래느라 혼비백산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다행히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가 작동했다. 체감상 50분도 훨씬 넘은 듯했다. 엄마, 아빠를 다시 만난 손녀딸은 순식간에 울음을 뚝 그쳤다. 이 소동의 교훈.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는 손녀딸을 데리고 있는 사람이 언제나 제일 먼저 내리기!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심정으로 손녀딸과 함께할 때는 모든 걸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코 쉽지 않은 손녀딸 돌보기! 하지만 이렇게 손녀딸과 함께하는 생활이 즐겁고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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