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79> 2025. 10. 28.(화)

by 꿈강

요즈음 손녀딸 어린이집 등원 준비가 매우 순조롭다. 옷 입는 데도 까탈을 부리지 않고 밥도 곧잘 받아먹고 어린이집에 갈 시간에 되어 텔레비전을 끄라고 하면 순순히 리모컨 단추를 꾹 눌러 텔레비전을 끈다.


오늘도 시작은 아주 매끄러웠다. 여섯 시 반쯤 딸네 집에 들어갔을 때 제 침대에서 콜콜 잠들어 있던 손녀딸이, 딸내미가 출근하고 30분 정도 지난 일곱 시 십 분쯤 기척을 냈다. 부리나케 손녀딸한테로 달려갔다. 잠에서 깬 손녀딸은 침대에서 뒹굴뒹굴하고 있었다. 좀 더 자라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잠시 후 손녀딸이 "할아버지."하고 부르더니 무어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잘 들어 보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였다. '메뚜기는 결혼을 하고 나면 암컷이 알을 낳고 그 자리에서 죽는다.'라는 것이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딱 그 격이다. 잠에서 깨자마자 할아버지에게 왜 이런 말을 했을지 몹시 궁금했다. 그 까닭을 물어보아야 대답해 줄 것 같지도 않아서, "그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어? 어린이집에서 들은 이야기야?"라고 물었더니 "그런 소문이 벌써 여기까지 났더라구."라는 아주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논리적으로 들어맞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눈 뜨자마자 할아버지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다섯 살 손녀딸이 마냥 귀엽기만 했다.


이야기를 마친 손녀딸은 벌떡 일어나더니 거실로 나갔다. 아내가 부랴부랴 손녀딸 아침을 차려 왔다. 손녀딸이 보고 싶어 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틀고 나서 밥을 먹였다. 손녀딸은 텔레비전을 보면서 즐겁게 밥을 먹었다. 순조롭게 등원 준비가 착착 되고 있었다. 아내가 손녀딸이 어린이집에 입고 갈 옷을 가져와 손녀딸에게 보여 주었다. 손녀딸은 손으로 오케이 신호를 보냈다.


옷을 입히는 과정에서 사달이 났다. 머리가 한 번에 쑥 나와야 하는데 옷의 목 부분이 좀 작았는지 손녀딸 머리가 그 부분에 끼었다. 손녀딸은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재미있게 보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한순간 보지 못한 탓인 듯했다. 이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소리 내어 울었다. 아내가 리모컨으로 손녀딸이 보지 못한 장면을 찾는 동안 손녀딸은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간신히 그 장면을 찾아 보여주자 그제야 손녀딸의 울음이 잦아들었다.


그러면서 손녀딸은 혼자 있고 싶다고 했다. 삐쳤을 때 손녀딸이 흔히 하는 말이다. 혼자 있고 싶으면 네가 네 방으로 가랬더니 할머니, 할아버지가 저리 가란다. 손녀딸에게 약간 거리를 두고 물러나 앉은 다음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손녀딸이 삐쳤을 때 우리 부부가 취하는 최고의 처방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녀딸의 화가 풀린 듯했다. 슬쩍, 과일을 입에 넣어 주니 냉큼 받아먹는다. 지난해보다 화가 지속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그만큼 큰 것이리라. 그 또한 기특하고 신통방통하다. 누군가는 그럴 때 따끔하게 혼을 내주어야 한다고 하겠지만, 이 할아버지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시간을 좀 주고 기다려주면 이렇듯 화를 풀 줄 아는데 굳이 혼낼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차를 타러 지하 주차장으로 가면서 아내가 "너, 할머니한테 사과 안 했잖아?"라고 하니까 손녀딸은 대뜸 "죄송해요."라고 한다. 이제는 사과도 곧잘 하는 우리 손녀딸이다. 손녀딸이 화났을 때 약간 시간을 주고 기다려 주는 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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