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 보낸 한평생

내가 받은 최고의 상

by 꿈강

30년 넘는 교직 생활 동안 상을 단 한 개도 받지 않았다고 하면 교사가 아닌 사람은 '뭐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교사라면, '에이, 설마?'라는 생각이 드는 게 어쩌면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교직 생활을 하면서 상을 받는 게 누워서 식은 죽 먹기처럼 쉽지는 않지만 마음만 먹으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겠기에 하는 말이다.


내가 아는 어떤 교사는 거의 매년 상을 받아 인사 기록 카드의 포상 기록란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30년 넘게 교직에 몸 담은 교사라면 제법 많은 수상 기록이 그 난을 장식하고 있어야 교직 사회의 상식에 들어맞으리라 생각한다. 또 어떤 교사는 상 받는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하기도 하며 상을, 좋은 교사의 표징처럼 여기기도 했다. 상을 많이 받은 교사는 훌륭한 교사일까? 일반적으로 그렇게 여겨지는 듯하다. 언젠가 어느 유명 텔레비전 앵커가, 뉴스에서 어떤 교사를 언급하면서 '교육부 장관 상까지 받은 아주 훌륭한 교사'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내 생각이 그리 얼토당토하지는 않을 터이다.


그런데 과연 교직 사회의 수상 체계는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근무했던 지역의 학교에서 교직 사회의 대표적인 상 중 하나인 '스승의 날' 포상 대상자를 어떻게 선정했는지를 이야기할 테니 한번 판단해 보시라. 30년 넘게 교직 생활을 하면서 다섯 개 고등학교를 옮겨 가며 근무했는데 어느 학교나 포상 대상자 선정 과정은 비슷했다. 스승의 날 포상 대상자는 한 학교에서 두 명을 추천할 수 있었는데 한 사람은 교육부 장관 상을, 다른 한 사람은 교육감 상을 받게 된다. 여기에서는 교육부 장관 상 포상 대상자 선정 과정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려고 한다.


포상 대상자는 학교 교사들로만 구성된 인사위원회를 통해 결정되었다. 얼핏 보면 공정해 보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인사위원회 위원장인 학교장 의중에 따라 대상자가 선정되기 일쑤고 당해 학교 근무 연수가 많은 사람 중에서 대상자를 선정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렇게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까닭은 교사들의 공적 내용이 고만고만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니 포상 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았다고 항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딱히 내세울 공적이 없는 교사가 대부분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면 포상 대상자를 추천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런 경우를 본 적은 없고 학교에서 포상 대상자를 추천했을 때 상이 내려오지 않은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때가 되면 포상 대상자 추천 공문이 내려오고 학교에서는 대상자를 추천하고 교육부에서는 상을 내려보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던 터라 스승의 날 포상을 받으려고 애쓰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퇴직하면서 하마터면 상을 받을 뻔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훈장을 받을 뻔했다. 공무원으로 퇴직하면 근속 기간에 따라 홍조근정훈장인지 녹조근정훈장인지를 준다. 훈장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려면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해야 할 텐데 어찌 된 일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근속 기간만 따져 훈장을 준다. 명백한 비위 사실이 없다면 말이다. 그래서 받을 뻔했다. 헌데 곰곰 생각해 보니 특별한 공적도 없는데 훈장을 받는 게 마땅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훈장을 안 받겠다고 담당 교사에게 말했더니 포기서를 내야 한단다. 훈장을 받지 않겠다는 포기서를 제출하고 훈장을 받지 않았다. 그리하여 내 인사 기록카드 포상란에는, 공적 조서를 내고 받는 상은 단 하나도 기록되지 않았다. 상이 딱 하나 기록되어 있기는 하다. 무슨 자격 연수에서 우연히 좋은 성적을 얻어 받은 상이 딱 하나 기록되어 있다. 그 상만 아니었다면 정말로 순수하게 깨끗한 포상 기록란이 되었을 텐데, 가끔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퇴직하면서 그 어떤 상보다도 소중하고 귀중한 최고의 상을 받았다. 내가 가르쳤던 한 학급에서 준 상장이다. 달랑 종이 한 장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상장의 사진을 가지고 있지만, 그걸 보이면 내가 근무했던 학교가 드러나므로 그럴 수가 없다. 상장의 문구만 보일 수밖에.


'마음껏 꿈꾸는 힘과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신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 상장을 수여합니다.'


좋은 게 좋다고, 퇴직하는 교사에게 모진 말을 할 수 없어서 좋은 말만 나열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와 함께한 수업을 통해 느낀 무언가가 있었기에 이런 상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상이 내가 받은 최고의 상이라고 생각한다. 홍조근정훈장이나 녹조근정훈장보다 훨씬 값어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인사 기록카드 포상란에는 기록할 수 없는 상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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