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일하는 이유와 권리와 환경에 관하여,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인터뷰
*본 인터뷰 기사는 교양 수업 ‘함께 사는 법 - 노동, 복지, 그리고 삶’의 과제로써 제출한 글입니다.
1. 머리말
2021년 7월, 서울대학교 관악학생생활관에서 근무하던 한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유족과 노동조합 측은 강도 높은 업무와 직장 내 갑질로 인한 스트레스가 주요 사인이라고 판단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고인은 업무 당시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건물에서 250kg의 쓰레기를 운반하고 기숙사 개관 연도와 건물명을 영어나 한문으로 묻는 시험을 치르는 등 고된 업무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 국내 최고 대학인 서울대학교에서 비인간적인 노동 행태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세간에 충격을 안겼고, 서울대학교 측은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하고 직장 내 갑질로 인한 인권 침해를 일부 인정했다.
본 보고서에서는 지난 사고에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서울대학교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여 그들의 이야기와 법적 권리, 노동 환경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또 어디에나 있지만 쉽게 기억되지 않는 청소노동자의 노고를 기억하고, 청소노동자를 비롯하여 노동 사슬에서 취약한 위치에 처한 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어떤 조치들이 필요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하려 한다.
2.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인터뷰
서울대학교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서울대학교 글로벌학생생활관과 관정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대담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하 서울대학교 글로벌학생생활관의 청소노동자를 ‘기숙사 A씨’, ‘기숙사 B씨’, 관정도서관의 청소노동자를 ‘관정 P씨’, ‘관정 Q씨’, ‘관정 R씨’, ‘관정 S씨’라고 칭하겠다. 이하 대담은 인터뷰 답변을 주제에 따라 재구성한 것이다.
(1)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의 근로 환경
Q. 하루 업무를 일과 형식으로 소개 부탁드립니다.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기숙사 A씨: 8시부터 일 시작해서 11시 반부터 점심 시간이에요. 다시 1시 반부터 오후 업무하고 5시까지 일해요. 점심 시간에는 미화방에 내려와서 쉬어요. 밥은 보통 저기 919동 기숙사 식당 가서 먹고.
기숙사 B씨: 그리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랑 주말 중에 하루 골라서 나와야 돼요, 주 6일 일하는 거죠.
관정 P씨: 기본적으로 6시 반에 일을 시작해야 되니까 아침 6시까지 출근해요. 12시부터 1시까지가 점심시간이고 그때는 여기 휴게실에서 쉴 수 있고. 식사는 학교 식당 가서 먹든가, 도시락을 싸와서 먹든가 그래요.
관정 R씨: 3시 반이면 퇴근해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주 5일 나와서 일해요.
Q. 민감한 질문일 수 있습니다만, 급여나 일하도록 계약한 기간은 어떻게 되시나요?
기숙사 A씨: 세전으로 하면 한 달에 230만원 받아요.
기숙사 B씨: 우리 여기 글로벌동이 용역이에요, 용역이 1년 단위로 재계약이 되고, 업체가 입찰 선정이 되면 저희는 자동으로 그쪽 소속이 돼요. 참고로 서울대에서 우리랑 BTL 기숙사만 용역을 쓰는데, BTL은 20년 계약을 해요.
관정 R씨: 우리는 최저임금 받고 일하고요. 정년은 만 60세까지.
관정 Q씨: 60세까지는 정규직이고, 정년이 넘어가면 총탁으로 기간제 5년 더 해서 65세까지 일할 수 있어요.
관정 P씨: 서울대학교에서 일하는 사람이 용역에서 넘어온 사람이랑 정규직으로 들어온 사람 둘로 나뉘어져 있어요. 정규직 전환은 한 3~4년 전부터 정부 지침으로 시작한 거고, 예전에 들어온 사람들은 용역이라서, 그 사람들은 처음에 계약을 할 때 만 68세까지 일하기로 계약을 했어요.
Q. 사내 복지는 어떤가요?
기숙사 B씨: 학교에서 매 끼니마다 1000원씩 보조해줘요. 원래는 정규직만 해줬는데 서울대에서 용역 근무자에게도 보조해줘라 해서 받아요.
관정 P씨: 1년에 두 번 50만원씩 주는 게 있어요.
관정 S씨: 찾아보니까 기본급이랑 식대비 말고도 복지 수당이 따로 나오네.
Q. 업무 강도는 어떻다고 느끼시나요?
기숙사 B씨: 힘들죠, 우리가 기숙사다 보니까 쓰레기 양이 너무 많고 한 사람이 한 동을 다 관리해야 하고. 업무량이 좀 과하지. 또 청소해 놓고 뒤돌아보면 다시 지저분해져 있고.
기숙사 A씨: 우리는 주말에도 한번씩 나와야 되니까 몸이 쉬어야 하는데 못 쉬는 거. 대체공휴일에도 못 쉬고 추석 연휴 이럴 때도 일 때문에 고향에 못 내려가요.
관정 S씨: 힘들지, 힘들어요. 청소 일이란 게 힘들지. 팔 아프고 손 다 아프고, 쉬운 일은 아니죠.
Q. 서울대학교 내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고용, 복지, 인사 관리, 급여 시스템이 많이 다른가요?
기숙사 B씨: 정규직은 수당 붙는 게 많더라고요. 주말에 나오면 근무수당이 원래 급여의 1.5배를 주는데, 우리는 빨간 날에 나와도, 야근을 해도 그런 게 없거든요.
글로벌 기숙사는 하루 7시간 근로, 2시간 휴식, 주 42시간 근무, 관정 도서관은 하루 8시간 근로, 1시간 휴식, 주 40시간 근무로, 두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근로 시간과 휴게 시간은 근로기준법 제 50조, 53조, 54조가 준수되고 있었다. 한편, 이번 관악사 청소노동자 사망 사고에서도 볼 수 있었듯 과도한 업무 강도가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기에 근로기준법 상 업무 강도에 대한 별도의 기준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업장 내에서도 인력 보충, 시설 관리 등 근로 환경을 개선하여 업무 강도를 조절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대학교 내의 대학 건물과 관악사의 청소노동자는 총장 발령 정규직으로, 글로벌동 기숙사와 BTL 기숙사의 청소노동자는 기관장 발령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건물마다 노동자의 임금, 계약 기간, 복지, 인사 관리 방식의 편차가 크며, 특히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경우 1년마다 계약 불발에 대한 불안을 겪고 있다는 것과 주말 수당, 복지 수당 등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2) 노동조합 활동과 쟁의행위 참여
Q. 노동조합은 참여하고 계신가요?
기숙사 B씨: 가입은 다 되어있어요, 민주노총.
관정 P씨: 우린 다 가입했어요. 안 한 사람 한 명도 없을 거에요.
Q. 노동조합에서 어떤 활동이 진행되고 있나요?
기숙사 A씨: 크게 활동하는 건 없어요.
기숙사 B씨: 우리는 나중에 고용 승계 안 될까봐, 거기에서 7명 이상 가입해야 힘 좀 쓸 수 있다고 해서 가입한 거지. 거기서 행사 있을 때마다 보고 형식으로 문자 보내면 우리는 그냥 보고 말죠.
관정 R씨: 가입은 했는데, 우리는 활동은 안 하고 간부들이 활동해서 우리한테 전달하는 식으로 하고 있어요.
Q. 만약 지금 노동조합에서 노동 쟁의가 이루어진다면, 어떤 부분에 대해서 요구를 하실 건가요?
기숙사 A씨: 지금도 많이 나아진 거고, 우리는 받아들이는 입장이고 만족하고 있어요. 그래도 우리는 아무래도 계약직이니까,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되니까 불안하죠. 그러니까 서울대 소속 정규직으로 들어가고 싶어요. 그리고 주 6일 근무하는 게 힘들어요, 법정 공휴일에도 나와서 일해야 하는 것도.
관정 R씨: 그나마 그래도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는 기간을 길게 정해줬잖아요. 그것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만족해요. 하지만 더 나이 먹어도 일을 할 수 있고, 일할 의사도 있다면 정년을 연장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요즘에 65세가 옛날 같지 않아서 젊잖아요. 일은 힘들어도 나이 먹어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활력과 행복을 느끼니까 더 나이 먹어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대담자 모두가 노동조합에 가입은 되어 있지만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해본 적도 없을뿐더러,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 소수의 간부 위주로 노조 활동이 진행되어 정작 실제 현장에서 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노동조합이 유명무실화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집단으로 행동할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조합의 본래 취지가 잘 구현될 수 있도록, 노동자를 대상으로 노동법과 쟁의 행위와 관련된 리터러시 교육을 실시하여 노동조합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문제를 해결하고, 더불어 노동조합 내의 참여와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3) 청소노동자 사망 사고와 업무에 대한 생각
Q. 925동 청소노동자 사망 사고 이후 드러났던 필기 고사나 복장 강요 등 부당한 대우를 목격하거나 경험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기숙사 B씨: 우리동은 연관성이 없어서. 관악사 구관 거기가 그랬던 거지.
기숙사 A씨: 그런데 그 사람이 직원들에게 아주 못한 것도 아니더라고. 직원들 삼계탕도 다 사 먹이고, 그런데 단 한 가지 시험 본다는 게. 나이 들어서 공부한다는 게 쉽지 않으니까. 그거는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내가 안 겪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다른 거는 다 잘했다고 들었거든요.
관정 Q씨: 우리는 소문으로만 그렇게 들었지, 떨어져 있어서 잘 모르겠네요.
Q. 사고 이후 학교 대응이나 주변의 반응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기숙사 A씨: 우리는 딱히 달라진 점은 없고, 92X동에서 일하는 사람들 주말 중에 하루 나와서 1.5배 쳐서 받았는데 이제 그 사람들을 주말에 안 부르는 대신에 용역을 쓰더라고요.
기숙사 B씨: 근데 이거 불만인 사람도 있지. 주말에 나와서 돈 더 받고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관정 P씨: 그 무렵에 기자들 취재하려고 오긴 했는데, 잠깐.
Q. 그럼 이제 분위기를 바꿔서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일하시면서 가장 기쁘거나 뿌듯하신 순간은 언제인가요?
기숙사 A씨: 그거야 청소 깨끗하게 싹 해놓고 아 이쁘네 할 때.
관정 Q씨: 월급 탈 때? 힘든 게 다 치료되는 느낌이에요.
관정 R씨: 또 아침에 우리가 일찍부터 일하잖아요. 남들 잘 때 우리가 일을 하고, 그 이후 시간에는 쉴 수도 있고. 하루를 일찍 시작한다는 게 그렇게 뿌듯하더라고요.
Q. 업무에 임하실 때, 어떤 사명감과 마음가짐으로 임하시나요?
기숙사 A씨: 다른 데도 아니고 우리나라 최고 대학 서울대에서 학생들을 만나면서 일하는 거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있어요. 뿌듯해요.
기숙사 B씨: 이 나이에 일할 데가 없는데 일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관정 S씨: 그래도 여기 서울대잖아요. 서울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깨끗하게 청소하는 게 뿌듯해요.
관정 R씨: 청소 직업이래도 자부심을 갖고, 내 아이들이랑 비슷한 나이니까 내 아이들이라 생각하면서 깨끗하게 청소하는 게 기분 좋아요. “아이들이 내가 청소함으로써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겠구나, 내가 건강하니까 일을 할 수 있구나”하고 즐겁게 일해요.
서울대학교에서 근무하시는 청소 노동자분들께 ‘서울대’라는 상징성이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서울대’라는 상징성 때문에 비로소 이번 사고에 대해 사회적인, 정치적인 관심이 쏟아졌던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었다. 어디선가 비슷한 사태가 일어나도 관심을 끌 만큼의 상징성이 없으면 공론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소노동자 대부분은 60대 이상의 고령자이기에 노인 일자리 문제에 대한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인터뷰 결과 대담자 모두가 공통적으로 그들 나이에 일할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미화 업무로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돈을 버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셨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있기는 하나, 노인 일자리 문제는 단순히 법을 촘촘히 짠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고령층이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를 실질적 접근을 통해 다양하게 마련해야 한다.
또한, 925동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 주말에 일할 수 없게 된 것이 불만일 수 있다는 의견과 정년 연장을 원한다는 의견에서 근로 시간 제한과 정년 제한의 정당성에 대한 숙의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특히 미화 업무는 젊은 세대보다 고령층이 많이 종사하기 때문에 신진 인력 촉진을 이유로 정년을 제한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노동자의 일할 의사와 능력도 합의에서 중요한 고려 사항이기에 국가가 근로 시간과 정년을 제한하는 것에 보다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사용자와 노동자의 갈등, 신세대와 구세대의 갈등 등 너무나도 인간적인 두 주체의 갈등을 최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법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장강명은 “약자라고 해서 욕망이 없는 게 아니고, 강자라고 두려움이 없지 않다”라고 했다. 인간적이기에 불완전한 각 주체의 대립하는 욕망과 두려움이 균형을 맞출 지점을 판단하고, 그 판단을 명문화된 논리로써 뒷받침하는 것이 법의 몫일 것이다.
3. 맺음말
청소노동자는 우리가 사용하는 기관 어디에나 있는 직업이지만, 그들의 노고는 쉽게 기억되거나 가치 있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우리는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명제를 종종 내뱉지만, 이는 그렇게 생각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윤리적 다짐일 뿐이지, 대부분의 사람들의 현실적인 인식은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서울대학교에서 근무하시는 청소노동자분들과 가까이서 말씀을 나눠 보면서 그들이 일하는 이유, 즉 노동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나의 노동과 임금을 교환하기 위하여, 노동으로써 사회에 기여하고 자아 실현의 기쁨을 누리기 위하여. 누구의 노동이든 모두 같은 이유에서 출발했다는 당연한 명제를 우리는 너무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미화 업무를 한다는 이유로 그들이 인간 존엄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이 당연한 명제를 기억하는 것과 더불어, 노동의 존엄과 노동자의 권리를 법으로써 보호하고, 정책으로써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들의 나이 들어감을 쇠락이 아닌 성장으로, 소외가 아닌 새로운 참여로 받아들이고 미화 일을 인생 제 2막의 업으로 삼은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분들의 이야기로 모든 주목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고자 한다. 우리의 편안함이 항상 누군가에게 빚진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자신의 권리만을 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타심을 바탕으로 삶을 대한다면,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노동 사슬에서 취약한 위치에 놓인 자들과 ‘함께 사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